명언의 책방
十八卷 · 동서고금의 작은 사색집

명언의 책방

독서에서 시작해 — 돈과 욕망에 이르기까지,
18개의 주제로 마주한 인류의 한 줄들
전 18장 · 한 호흡으로 읽는 장(長)스크롤

여 는 글

이 책방은 어느 평범한 오후, 한 문장이 잘 떠오르지 않는 데서 시작되었다 — 몽테스키외의 그 한 줄, “나는 한 시간의 독서로 누그러들지 않는 어떤 슬픔도 알지 못한다.”

한 줄을 찾다가 한 묶음이 되었고, 한 묶음이 다시 한 권의 책방이 되었다. 동서고금이 같은 질문 앞에서 어떻게 다른 답을 내놓았는지, 그리고 그 다른 답들이 어떻게 결국 한 점에서 만나는지를 — 한 페이지씩 모아 두었다.

아래의 목차에서 마음에 닿는 한 장(章)을 골라 들어가도 좋고, 표지에서부터 마지막 장까지 — 한 호흡으로 천천히 내려가도 좋다. 이 책방은 그저, 오늘의 한 줄을 만나러 들어오는 모두에게 — 조용히 문이 열려 있다.

목 차

전 18장 · 한 줄을 골라 들어가십시오
01📚독서 02🤫말과 침묵 03🤝우정 04💗사랑 05시간 06🌑고독 07🕯️죽음과 삶 08🛡️용기 09🌅희망 10🌿행복 11🩹고통과 슬픔 12🕊️자유 13🦉지혜 14⛰️인내 15🌟꿈과 이상 16🎨예술과 창작 17🪶부모와 자녀 18💰돈과 욕망
第 01 장

📚독서

책과 독서의 가치를 일깨우는 동서고금의 명언들


🕯️ 위안과 치유로서의 독서

몽테스키외 (Charles-Louis de Montesquieu, 1689–1755)

"나는 한 시간의 독서로 누그러들지 않는 어떤 슬픔도 알지 못한다."

"L'étude a été pour moi le souverain remède contre les dégoûts de la vie, n'ayant jamais eu de chagrin qu'une heure de lecture n'ait dissipé."

— 『Pensées Diverses(잡상록)』 #213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 1883–1924)

"책이란 우리 안에 있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여야 한다."

"Ein Buch muss die Axt sein für das gefrorene Meer in uns."

— 1904년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

칼 세이건 (Carl Sagan, 1934–1996)

"책은 세상을 여행하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다."


📚 책이 곧 친구이고 스승이다

키케로 (Marcus Tullius Cicero, BC 106–43)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육체와 같다."

"A room without books is like a body without a soul."

르네 데카르트 (René Descartes, 1596–1650)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지난 몇 세기에 걸친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

— 『방법서설』

찰스 W. 엘리엇 (Charles W. Eliot, 1834–1926)

"책은 가장 조용하고 한결같은 친구이며, 가장 가까이 있는 현명한 상담자이고, 가장 인내심 많은 스승이다."


🌍 독서가 만드는 사람

조지 R.R. 마틴 (George R. R. Martin)

"독자는 죽기 전에 천 번의 인생을 산다. 결코 책을 읽지 않는 자는 단 한 번을 살 뿐이다."

"A reader lives a thousand lives before he dies… The man who never reads lives only one."

— 『A Dance with Dragons』

프레더릭 더글러스 (Frederick Douglass, 1818–1895)

"한번 읽는 법을 배우면, 너는 영원히 자유로워질 것이다."

"Once you learn to read, you will be forever free."

마크 트웨인 (Mark Twain, 1835–1910)

"좋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그것을 읽지 못하는 사람보다 나을 게 없다."

"The man who does not read has no advantage over the man who cannot read."


🧠 읽고, 그 다음에 생각하라

존 로크 (John Locke, 1632–1704)

"독서는 단지 지식의 재료를 마음에 공급할 뿐이다.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사색이다."

"Reading furnishes the mind only with materials of knowledge; it is thinking that makes what we read ours."

쇼펜하우어 (Arthur Schopenhauer, 1788–1860)

"독서는 남이 대신해서 생각해 주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그 사람의 정신 활동을 따라가는 것에 불과하다. … 따라서 종일 책만 읽는 사람은 점점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잃는다."

— 『논문집(Parerga und Paralipomena)』 「독서와 책에 관하여」

벤저민 디즈레일리 (Benjamin Disraeli, 1804–1881)

"단 한 권의 책밖에 읽지 않은 인간을 경계하라."


🌱 어린이와 미래에 관하여

닥터 수스 (Dr. Seuss, 1904–1991)

"많이 읽을수록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더 많이 배울수록 더 많은 곳에 가게 될 것이다."

"The more that you read, the more things you will know. The more that you learn, the more places you'll go."

— 『I Can Read With My Eyes Shut!』

말랄라 유사프자이 (Malala Yousafzai)

"한 권의 책, 한 자루의 펜, 한 명의 아이, 그리고 한 명의 교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F. 스콧 피츠제럴드 (F. Scott Fitzgerald, 1896–1940)

"그것이 모든 문학의 아름다움이다. 너는 너의 갈망이 보편적인 갈망임을, 네가 그 누구로부터도 외롭거나 고립되어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너는 어딘가에 속해 있다."


✒️ 한국·동양의 독서관

안중근 (1879–1910)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

— 뤼순 감옥에서 남긴 유묵

두보 (杜甫, 712–770)

"남자라면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

男兒須讀五車書 (남아수독오거서)

주자 (朱子, 1130–1200)

"오늘 배우지 않고 내일이 있다고 하지 말라. 올해 배우지 않고 내년이 있다고 하지 말라."

勿謂今日不學而有來日 勿謂今年不學而有來年

— 『권학문(勸學文)』


🪶 시인이 말하는 독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Jorge Luis Borges, 1899–1986)

"나는 늘 천국이란 일종의 도서관일 거라고 상상해 왔다."

"I have always imagined that Paradise will be a kind of library."

— 「축복의 시(Poema de los dones)」

"한 권의 책은 단순한 언어적 구조가 아니다. 그것은 독자와 맺는 대화이며, 그의 목소리에 부여하는 억양이며, 기억 속에 남기는 변화하면서도 지속되는 이미지이다."

에밀리 디킨슨 (Emily Dickinson, 1830–1886)

"책 한 권만큼 우리를 먼 곳으로 데려가는 배는 없다."

"There is no Frigate like a Book / To take us Lands away."

— 시 1286번

"내가 책을 읽고 온몸이 차가워져 어떤 불로도 데울 수 없을 때, 나는 그것이 시임을 안다."

"If I read a book and it makes my whole body so cold no fire can ever warm me, I know that is poetry."

— 토머스 웬트워스 히긴슨과의 대화 (1870)

월트 휘트먼 (Walt Whitman, 1819–1892)

"전우여! 이것은 책이 아니다. 이것을 만지는 자, 곧 한 인간을 만지는 것이다."

"Camerado! This is no book; who touches this touches a man."

— 『풀잎(Leaves of Grass)』 「So Long!」

"독서는 결코 반쯤 잠든 상태가 아니라, 가장 높은 의미에서의 단련, 즉 체조와도 같은 분투여야 한다. 독자는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

— 『민주주의의 전망(Democratic Vistas)』

W. H. 오든 (W. H. Auden, 1907–1973)

"진정한 책이란 우리가 읽는 책이 아니라, 우리를 읽어 내는 책이다."

"A real book is not one that we read, but one that reads us."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Wisława Szymborska, 1923–2012)

"나는 구식이어서, 독서야말로 인류가 지금까지 고안해낸 가장 영광스러운 소일거리라고 생각한다."

"I'm old-fashioned and think that reading books is the most glorious pastime that humankind has yet devised."

— 『읽지 않은 책(Nonrequired Reading)』 서문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1877–1962)

"세상의 어떤 책도 너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들은 너를 슬며시 너 자신에게로 돌려보낸다."

"Es führen keine Bücher der Welt zum Glück, doch führen sie dich heimlich in dich selbst zurück."

— 시 「책들(Bücher)」

"말과 글, 그리고 책이 없다면 역사도 없고, 인류라는 개념도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 『책의 마력(Magie des Buches)』

윤동주 (1917–1945)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 「쉽게 씌어진 시」 中. 시인이 도쿄 하숙방의 책상 앞에서 책과 마주한 밤을 그린 구절. 윤동주는 정지용 시집을 밑줄과 메모로 가득 채울 정도로 정독했다고 전해진다.


출처

第 02 장

🤫말과 침묵

말의 무게를 헤아리고, 침묵의 깊이를 배우게 하는 동서고금의 글들


🤫 침묵의 무게 — 동서양 철학자

영국 속담 (토머스 칼라일이 『의상철학(Sartor Resartus)』에서 인용)

"말이 은(銀)이면, 침묵은 금(金)이다."

"Speech is silver, silence is golden."

피타고라스 (Pythagoras, BC 570–495)

"바보는 말로 알려지고, 현자는 침묵으로 알려진다."

"A fool is known by his speech; and a wise man by silence."

프랜시스 베이컨 (Francis Bacon, 1561–1626)

"침묵은 지혜를 키우는 잠이다."

"Silence is the sleep that nourishes wisdom."

푸블릴리우스 시루스 (Publilius Syrus, BC 1세기)

"말을 했음을 후회한 적은 자주 있으나, 침묵을 지킨 것을 후회한 적은 결코 없다."

"I have often regretted my speech, never my silence."

루미 (Rumi, 1207–1273)

"고요해질수록, 너는 더 많이 듣게 된다."

"The quieter you become, the more you are able to hear."

마하트마 간디 (Mahatma Gandhi, 1869–1948)

"침묵을 개선시키는 말이 아니라면, 차라리 말하지 말라."

"Speak only if it improves upon the silence."

에우리피데스 (Euripides, BC 480–406)

"침묵이야말로 지혜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대답이다."

"Silence is true wisdom's best reply."

토머스 칼라일 (Thomas Carlyle, 1795–1881)

"침묵은 말보다 더 웅변적이다."

"Silence is more eloquent than words."


🗣️ 말의 무게 — 동양 고전

『명심보감(明心寶鑑)』 정기편(正己篇)

"입과 혀(口舌)는 화(禍)와 근심(患)의 문이요, 몸을 망치는 도끼와 같다."

口舌者, 禍患之門, 滅身之斧也.

『명심보감』 — 말 많음의 폐해

"말이 많으면 패함이 많고, 일이 많으면 해(害)가 많다."

多言多敗, 多事多害.

공자 — 『논어』 이인편(里仁篇)

"군자는 말은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고자 한다."

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 (군자욕눌어언이민어행).

공자 — 『논어』 위정편

"말은 행함을 돌아본 뒤에 하라."

한국 속담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 잠언과 성경, 유대 격언

잠언 11:13

"두루 다니며 한담하는 자는 남의 비밀을 누설하나, 마음이 신실한 자는 그런 것을 숨기느니라."

잠언 17:28

"미련한 자라도 잠잠하면 지혜로운 자로 여겨지고, 그 입술을 닫으면 슬기로운 자로 여겨지느니라."

잠언 10:19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하기 어려우나, 그 입술을 제어하는 자는 지혜가 있느니라."

야고보서 1:19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노하기도 더디 하라."

유대 격언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말하는 법을 배우지만, 침묵하는 법은 좀처럼 배우지 못한다."


🍃 좀 더 긴 호흡의 글

노자 (老子) — 『도덕경』 56장

"知者不言, 言者不知 (지자불언, 언자부지)"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이어지는 구절: 塞其兌, 閉其門 (새기태, 폐기문) — "그 구멍을 막고, 그 문을 닫는다."

입과 감각의 문을 닫음으로써 도(道)에 가까워진다는 의미.

장자 (莊子) — 『장자』 외물편(外物篇)

"得魚而忘筌, 得意而忘言 (득어이망전, 득의이망언)"

물고기를 얻으면 통발을 잊고, 뜻을 얻으면 말을 잊는다.

— 말이 닿을 수 없는 본질이 있다는 침묵의 철학.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당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큰 일들은 침묵 속에서 일어납니다. 어떤 결정도,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그 무엇도 아닌 곳에서. 우리 안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디트리히 본회퍼 — 『성도의 공동생활(Gemeinsames Leben)』

"말이 많은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해 듣게 되고, 침묵하는 사람은 하나님께 귀를 기울이게 된다."

세네카 (Seneca) — 『도덕 서한』

"말하는 법보다 침묵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어렵다."

"It is a great thing to know the season for speech and the season for silence."

토마스 아 켐피스 — 『그리스도를 본받아』

"혀를 다스리는 자는 세 마디 말로 한 권의 책보다 깊이 말한다."


💭 한 가지 통찰

흥미로운 점은, 동양(노자·장자·공자)과 서양(피타고라스·세네카·릴케)이 거의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 "말이 적을수록 더 많이 듣게 된다."

다음 세 격언을 나란히 놓으면 거의 같은 문장처럼 보인다.

출처 한 줄
푸블릴리우스 시루스 (로마) 침묵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명심보감 (동양) 입은 몸을 망치는 도끼다
노자 (도가) 아는 자는 말하지 않는다

말과 침묵에 관한 격언은 시대와 문명을 넘어, 결국 같은 한 점으로 수렴한다.


출처

第 03 장

🤝우정

두 영혼이 한 몸에 깃든다는, 동서고금의 가장 오래된 약속


🤝 우정의 본질 — 서양 고전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le, BC 384–322)

"친구란 두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다."

"A single soul dwelling in two bodies."

—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철학자 열전』 중 아리스토텔레스 항목

"친구가 없다면 그 어떤 사람도 살아가기를 택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모든 좋은 것을 가졌다 할지라도."

—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8권

키케로 (Marcus Tullius Cicero, BC 106–43)

"친구란, 말하자면 또 하나의 자신이다."

"Amicus est tamquam alter idem."

— 『우정에 관하여(De Amicitia)』

"우정은 인류 전체가 그 유용성에 대해 동의하는 세상에서 유일한 것이다."

미셸 드 몽테뉴 (Michel de Montaigne, 1533–1592)

사람들이 그와 라 보에티의 깊은 우정에 대해 묻자, 몽테뉴는 답했다.

"왜냐하면 그가 그였기 때문이고, 내가 나였기 때문이다."

"Parce que c'était lui, parce que c'était moi."

— 『수상록(Essais)』 제1권 28장 「우정에 관하여」

"우리 영혼은 너무나 완전히 뒤섞이고 어우러져, 그것들을 이어붙인 자국조차 지워져 다시는 찾을 수 없게 된다."

랠프 월도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 1803–1882)

"친구를 갖는 유일한 길은, 스스로 친구가 되는 것이다."

"The only way to have a friend is to be one."

"친구란 내가 진심을 다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앞에서라면 나는 생각을 그대로 입 밖에 낼 수 있다."

C. S. 루이스 (C. S. Lewis, 1898–1963)

"우정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는 순간에 태어난다 — '뭐라고? 너도 그래? 난 나만 그런 줄 알았어!'"

"Friendship is born at that moment when one person says to another: 'What! You too? I thought I was the only one.'"

— 『네 가지 사랑(The Four Loves)』


🍃 우정의 본질 — 동양 고전

공자 — 『논어』 학이편(學而篇)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

공자 — 『논어』 안연편(顏淵篇)

"군자는 글로써 벗을 모으고, 벗으로써 인(仁)을 돕는다."

君子以文會友, 以友輔仁 (군자이문회우, 이우보인).

공자 — 『논어』 계씨편(季氏篇)

"유익한 세 벗과 해로운 세 벗이 있다. 정직한 자, 신실한 자, 견문 넓은 자를 벗 삼으면 유익하고 — 아첨하는 자, 굽실거리는 자, 말만 잘하는 자를 벗 삼으면 해롭다."

益者三友, 損者三友. 友直, 友諒, 友多聞, 益矣. 友便辟, 友善柔, 友便佞, 損矣.

이백 (李白, 701–762)

"고난과 불행이 찾아올 때에야 비로소 친구가 친구임을 안다."

한국 속담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

"좋은 친구는 천금보다 낫다."

"바늘 가는 데 실 간다."


🎵 동양의 두 가지 우정 이야기

지음(知音) — 백아와 종자기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인 백아(伯牙) 가 연주를 하면 오직 종자기(鍾子期) 만이 그 음에 담긴 뜻을 알아들었다. 백아가 높은 산을 떠올리며 타면 종자기는 "태산처럼 우뚝하구나" 했고, 흐르는 물을 떠올리며 타면 "강물처럼 도도하구나" 했다.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거문고의 줄을 끊고(伯牙絶絃) 평생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

知音(지음): "내 소리를 알아주는 사람"이라는 뜻. 진정한 친구를 가리키는 가장 깊은 말.

관포지교(管鮑之交) — 관중과 포숙

관중(管仲)은 가난했고, 포숙(鮑叔)과 동업할 때마다 더 많은 몫을 챙겼다. 사람들이 포숙에게 따져도 그는 말했다. "관중이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가 가난하기 때문이다." 관중이 전쟁에서 세 번 도망쳤을 때도 포숙은 "그에게는 늙은 어머니가 있기 때문이다" 라고 변호했다.

훗날 관중은 회고했다 —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요,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生我者父母, 知我者鮑叔也)."

관포지교(管鮑之交): 변치 않는,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우정의 표상.


📖 잠언과 성경의 지혜

잠언 17:17

"친구는 사랑이 끊어지지 아니하고, 형제는 위급한 때를 위하여 났느니라."

잠언 27:6

"친구의 아픈 책망은 충직으로 말미암는 것이나, 원수의 잦은 입맞춤은 거짓에서 난 것이니라."

잠언 27:17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같이, 사람이 그의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하느니라."

전도서 4:9–10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그들이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혹시 그들이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 홀로 있어 넘어지고 붙들어 일으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있으리라."


🍂 좀 더 긴 호흡의 글

칼릴 지브란 — 『예언자(The Prophet)』 「우정에 관하여」

"친구는 그대의 필요에 대한 응답이다. 그는 그대가 사랑으로 씨를 뿌리고, 감사함으로 거두는 밭이다. 그리고 그는 그대의 식탁이며, 그대의 화롯가이다. 친구의 집에 들어갈 때, '아니오'라는 말을 두려워하지 말고, '예'라는 말도 아끼지 말라. 그리고 친구가 침묵할 때, 그대의 마음은 그의 마음의 소리를 듣기를 그치지 말라."

헨리 데이비드 소로 — 『일기』

"친구는 우리가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을 허락하는 사람이다."

"The language of friendship is not words but meanings."

디트리히 본회퍼 — 『옥중서간(Widerstand und Ergebung)』

"그것은 마치 더 깊은 음악의 한 부분과 같다 — 우정이란. 멜로디가 아니라, 그 아래에서 흐르는 대위법(對位法)이다."

헬렌 켈러

"빛 속을 혼자 걷는 것보다, 어둠 속을 친구와 함께 걷는 것이 낫다."

"Walking with a friend in the dark is better than walking alone in the light."

오스카 와일드

"누구나 친구의 고통에는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친구의 성공을 함께 기뻐하기 위해서는 매우 고결한 본성이 필요하다."


💭 한 가지 통찰

동서양은 우정을 거의 같은 한 단어로 정의한다 — "또 하나의 나".

출처 한 줄
아리스토텔레스 (그리스) 친구는 두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
키케로 (로마) 친구는 또 하나의 자신(alter idem)
몽테뉴 (프랑스) 그는 그였고, 나는 나였기 때문에
관중 (춘추 중국)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
백아 (춘추 중국) 知音 — 내 소리를 알아주는 자

우정의 핵심은 결국 "알아봄" 이다 — 내가 누구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의 존재. 이는 두 문명이 수천 년에 걸쳐 도달한 같은 결론이다.


출처

第 04 장

💗사랑

"사랑이 무엇이냐"라는 같은 질문에, 시인은 노래로, 철학자는 정의로, 신비주의자는 침묵으로 답했다.


💗 사랑의 본질 — 철학자

플라톤 (Plato, BC 427–347)

"사랑의 손길이 닿으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At the touch of love, everyone becomes a poet."

"사랑은 선한 이의 기쁨이요, 현자의 경이요, 신들의 경탄이다."

— 『향연(Symposium)』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le, BC 384–322)

"사랑이란 두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으로 이루어진다."

"Love is composed of a single soul inhabiting two bodies."

에리히 프롬 (Erich Fromm, 1900–1980)

"사랑은 수동적인 감정이 아니라 능동적인 행위다. '빠져드는 것(falling for)'이 아니라 '서 있는 것(standing in)'이다. 사랑의 능동적 성격은 가장 일반적으로 말하면 — 사랑이란 받는 것이 아니라 우선 주는 것이라고 표현된다."

—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

"사랑이란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능동적인 관심이다. 이 능동적 관심이 없는 곳에는 사랑이 없다."

키에르케고르 (Søren Kierkegaard, 1813–1855)

"사랑은 모든 것을 믿는다 — 그러면서도 결코 속지 않는다."


🌹 사랑의 본질 — 시인

루미 (Rumi, 1207–1273)

"연인들은 어딘가에서 마침내 만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서로 안에 있었다."

"Lovers don't finally meet somewhere. They're in each other all along."

"사랑은 전부이고, 우리는 단지 그 조각들일 뿐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 1875–1926)

"우리에게 닿는 모든 것은, 너와 나, 우리 둘을 함께 데려간다 — 마치 바이올린의 활이 두 개의 따로 떨어진 현에서 하나의 음을 끌어내듯이."

"사랑한다는 것 — 그것은 어렵다.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을 사랑하는 일, 이것은 우리에게 부여된 모든 과제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 마지막 시험이자 증명이며, 다른 모든 일들은 그 준비에 지나지 않는다."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파블로 네루다 (Pablo Neruda, 1904–1973)

"나는 너를 사랑한다, 복잡함도 자존심도 없이.
나는 너를 사랑한다, 다른 어떤 방법도 모르기에 —
나도 너도 존재하지 않는 그 방식으로,
내 가슴 위의 너의 손이 내 손이 될 만큼 가까이,
내가 잠들 때 너의 눈도 함께 감길 만큼 가까이."

— 「소네트 17」

단테 (Dante Alighieri, 1265–1321)

"태양과 모든 별들을 움직이는 사랑."

"L'amor che move il sole e l'altre stelle."

— 『신곡』 천국편 마지막 행

셰익스피어 — 소네트 116

"진실한 마음의 결합 앞에 / 장애가 끼어드는 것을 나는 인정하지 않으리.

사랑은 시간의 어릿광대가 아니다 —
비록 장밋빛 입술과 뺨이 시간의 굽은 낫의 곡선 안에 들지라도.
사랑은 짧은 시간과 주(週)에 따라 변하지 않으며,
종말의 가장자리에 이르기까지 견디어 낸다."


🍃 사랑 — 동양과 한국

한용운 — 「사랑하는 까닭」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紅顔)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白髮)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한용운 — 「사랑」

"봄물보다 깊으니라. 가을산보다 높으니라.
달보다 빛나리라. 돌보다 굳으리라."

김소월 —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황진이 — 시조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맹자 (孟子)

"어진 자는 사람을 사랑하고, 예를 아는 자는 사람을 공경한다."

仁者愛人, 有禮者敬人 (인자애인, 유례자경인).

— 『맹자』 이루하편

노자 — 『도덕경』 8장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는다."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상선약수, 수선이만물이부쟁).

— 사랑의 가장 깊은 형태에 대한 동양의 은유.


📖 잠언과 성경

고린도전서 13:4–7 (「사랑장」)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아가서 8:6–7

"사랑은 죽음같이 강하고, 질투는 스올같이 잔혹하며 …
많은 물도 이 사랑을 끄지 못하겠고, 홍수라도 삼키지 못하나니."

요한일서 4:18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나니."


🍂 좀 더 긴 호흡의 글

칼릴 지브란 — 『예언자』 「사랑에 관하여」

"사랑이 그대를 부르거든, 그를 따르라 —
비록 그의 길이 험하고 가파를지라도.
그리고 그의 날개가 그대를 감쌀 때, 그에게 자신을 내어주라 —
비록 그 깃 속에 숨은 칼이 그대를 상하게 할지라도.
그리고 그가 그대에게 말하거든, 그를 믿으라 —
비록 그의 목소리가 그대의 꿈을 산산조각 낼지라도, 마치 북풍이 정원을 황폐하게 만들 듯이."

빅토르 위고 — 『레 미제라블』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은, 우리가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다는 확신이다. 우리 자신에도 불구하고 사랑받는다는 확신."

"Le suprême bonheur de la vie, c'est la conviction qu'on est aimé."

도스토옙스키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을 잊는 것이다 — 잠시 동안만이라도. 그리고 그 잠시 동안의 자기 망각이 바로 사랑이다."

"지옥이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이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고통이라고 생각한다."

안톤 체호프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기가 본래 어떤 사람이었는지가 아니라, 자기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를 그제야 비로소 알게 된다."

생텍쥐페리 — 『인간의 대지』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Aimer, ce n'est pas se regarder l'un l'autre, c'est regarder ensemble dans la même direction."

에밀리 디킨슨

"사랑이 전부다 —
우리가 사랑이라 아는 모든 것 —
그것으로 충분하다."

"That Love is all there is, / Is all we know of Love."


💭 한 가지 통찰

사랑에 대한 정의는 세 갈래로 갈라진다 — 그리고 결국 한 점에서 다시 만난다.

관점 대표 인용
하나됨 (合一) 아리스토텔레스: "두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 / 루미: "처음부터 서로 안에 있었다"
능동적 행위 (作為) 프롬: "사랑은 활동이지 수동적 감정이 아니다" / 맹자: "仁者愛人"
있는 그대로의 받아들임 (受容) 한용운: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 / 위고: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다는 확신"

서양은 사랑을 에로스(상승)·아가페(내려옴)·필리아(동등함) 로 나누어 분석했고, 동양은 인(仁) 한 글자로 응축했다. 그러나 두 전통은 결국 같은 자리에 도착한다 — "사랑이란, 너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일."

생텍쥐페리의 한 문장이 그 모든 갈래를 한 번에 꿰뚫는다.

"사랑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출처

第 05 장

시간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 그러나 한 번도 같은 물결로 흐르지 않는 것


⏳ 시간의 짧음 — 스토아 철학

세네카 (Seneca, BC 4–AD 65)

"우리에게 시간이 짧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시간을 많이 낭비할 뿐이다."

"It is not that we have a short time to live, but that we waste a lot of it."

—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De Brevitate Vitae)』

"사람들은 자기 재산을 지키는 데는 인색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데는 가장 헤프다 — 정작 인색해야 할 단 한 가지에 대해서는."

"당신이 어떻게 죽을지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충실히 사는 것이 중요하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Marcus Aurelius, 121–180)

"시간은 흘러가는 사건들의 강물과 같다. 그리고 그 흐름은 거세다. 한 가지가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떠내려가고, 또 다른 것이 그 자리를 차지하며, 그것 또한 곧 휩쓸려 갈 것이다."

— 『명상록』 제4권 43장

"너는 바로 지금 삶을 떠날 수도 있다. 그것이 네가 하는 일과 말과 생각을 결정하게 하라."

에픽테토스 (Epictetus, 50–135)

"누군가 너의 몸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넘겨준다면 너는 분노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너는 너의 마음 — 너 자신을 — 길에서 만나는 아무에게나 내주는가? 너의 마음이 흔들리도록 두고, 너의 시간을 그가 가져가도록 내버려 두는가?"


🌊 흘러가는 것에 대하여 — 동양 고전

공자 — 『논어』 자한편(子罕篇)

강가에 서서 공자가 말했다.

"흘러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 밤낮을 가리지 않는도다."

逝者如斯夫, 不舍晝夜 (서자여사부, 불사주야).

주자 (朱熹, 1130–1200) — 「권학시(勸學詩)」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짧은 시간일지라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못가의 봄풀이 채 꿈에서 깨기도 전에,
섬돌 앞 오동잎은 벌써 가을 소리를 낸다."

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
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已秋聲.

도연명 (陶淵明, 365–427) — 「잡시(雜詩)」

"한창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고,
하루에 새벽은 두 번 없다.
때를 만나거든 마땅히 힘쓸 것이니,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盛年不重來, 一日難再晨.
及時當勉勵, 歲月不待人.

장자 (莊子) — 『장자』 지북유(知北遊)

"사람이 천지 사이에 사는 것은, 흰 망아지가 작은 틈을 지나가는 것과 같으니, 순식간일 따름이다."

人生天地之間, 若白駒之過郤, 忽然而已 (인생천지지간, 약백구지과극, 홀연이이).

백구과극(白駒過隙): 인생의 덧없는 짧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

안중근 — 옥중 유묵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는 것에 대한 경계.


🕯️ 시간의 세 걸음 — 시인과 작가

프리드리히 실러 (Friedrich Schiller, 1759–1805)

"시간의 걸음에는 세 가지가 있다.
미래는 머뭇거리며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며,
과거는 영원히 멈춰 서 있다."

베르길리우스 (Virgil, BC 70–19)

"시간은 모든 것을 데려간다 — 마음까지도."

"Tempus fugit." (시간은 도망친다)

"시간은 모든 것을 익게 한다. 시간의 힘에 의해 모든 것이 드러난다. 시간은 진리의 아버지다."

셰익스피어 — 소네트 60

"파도가 자갈밭 해변을 향해 밀려가듯,
우리의 시간들도 그 끝을 향해 서둘러 간다.
각각의 시간이 앞선 시간의 자리를 바꾸어 가며,
순서대로 차례차례 모두가 앞으로 분투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간은 단지 내가 그 안에서 낚시하는 시냇물에 불과하다. 나는 거기서 물을 마시지만, 마시는 동안에도 모래 바닥이 보이고, 그 얕음을 알아챈다. 그 가는 물길은 흘러가지만, 영원은 남는다."

T. S. 엘리엇 — 『네 개의 사중주(Four Quartets)』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은
어쩌면 모두 미래의 시간 안에 있고,
미래의 시간은 과거의 시간 안에 담겨 있다."

"Time present and time past / Are both perhaps present in time future, / And time future contained in time past."

— 「번트 노턴(Burnt Norton)」 첫머리


📖 잠언과 성경

전도서 3:1–8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

시편 90:12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베드로후서 3:8

"주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


🍂 좀 더 긴 호흡의 글

앙리 베르그송 (Henri Bergson, 1859–1941) — 『의식의 직접 자료에 관한 시론』

"진정한 시간은 시계의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의식 속에서 흐르는 '지속(durée)' — 순간들이 서로 스며들며 끊임없이 변형되는 살아 있는 흐름이다."

→ 시간을 공간처럼 잘게 나눠 헤아릴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다. 어제의 1시간과 오늘의 1시간은 결코 같은 1시간이 아니다.

마르셀 프루스트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진정한 발견의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데 있다."

"우리가 잃어버렸다고 믿는 시간들은 사실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 그것들은 차원이 다른 곳에 보존되어 있을 뿐이다."

마더 테레사

"어제는 갔다.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우리에게 있는 것은 오직 오늘뿐이다. 시작하자."

헤르만 헤세 — 『싯다르타』

"시간은 실재하지 않는다, 고빈다. 나는 이것을 거듭거듭 깨달았다.
그리고 만약 시간이 실재하지 않는다면, 세상과 영원 사이에, 고통과 행복 사이에, 악과 선 사이에 있다고 보이는 그 간격도 역시 환상이다."

보르헤스 — 「시간에 대한 새로운 반박」

"시간은 나를 휩쓸어가는 강물이지만, 내가 곧 그 강물이다.
시간은 나를 삼키는 호랑이지만, 내가 곧 그 호랑이다.
시간은 나를 태우는 불이지만, 내가 곧 그 불이다."

에드워드 영 (Edward Young) — 『밤의 명상』

"우리는 시간을 죽인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간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우리를 죽이고 있을 뿐이다."


💭 한 가지 통찰

시간에 대한 인류의 사유는 두 갈래로 흐른다.

관점 대표 인용
시간은 흘러간다 (流轉) 공자: 逝者如斯夫 / 헤라클레이토스: 같은 강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 / 베르길리우스: Tempus fugit
시간은 환상이다 (永遠) 헤세: "시간은 실재하지 않는다" / 보르헤스: "내가 곧 그 강물이다" / 엘리엇: "모든 시간은 영원히 현재"

세네카와 도연명, 주자가 같은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 점은 흥미롭다 —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이 전부다."

출처 한 줄
세네카 (로마) 우리는 시간이 짧은 것이 아니라, 많이 낭비할 뿐이다
도연명 (중국)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歲月不待人)
주자 (송) 짧은 시간일지라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一寸光陰不可輕)
마더 테레사 우리에게 있는 것은 오직 오늘뿐이다

결국 시간에 관한 모든 명언은, 알고 보면 한 가지 말의 변주다 —

"지금 살아라(Carpe diem)."

— 호라티우스, 『송시(Odes)』 1.11


출처

第 06 장

🌑고독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이고, 고독은 혼자 있는 영광이다. — 폴 틸리히


🪞 외로움과 고독은 다르다

폴 틸리히 (Paul Tillich, 1886–1965)

"언어는 '외로움(loneliness)'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혼자 있는 것의 고통을 표현하게 했다.
그리고 '고독(solitude)'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혼자 있는 것의 영광을 표현하게 했다."

"Loneliness expresses the pain of being alone. Solitude expresses the glory of being alone."

— 『영원한 지금(The Eternal Now)』

이 한 문장이, 이 문서 전체의 출발점이다.

라르스 스벤젠 (Lars Svendsen, 노르웨이 철학자) — 『외로움의 철학』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어쩌면 과도한 외로움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적은 고독일 것이다."


🌑 외로움의 아픔

정호승 —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윤동주 —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김광섭 — 「저녁에」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마더 테레사

"외로움과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 그것이 가장 끔찍한 빈곤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백년의 고독』

"인생은 살아온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며, 또 그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어떻게 기억하느냐의 문제다."


🕯️ 고독의 영광 — 서양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 — 『월든』

"나는 고독만큼 친밀한 동반자를 만난 적이 없다."

"I never found the companion that was so companionable as solitude."

"나는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고독만큼 사귀기 좋은 친구를 만난 적이 없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방에 있을 때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대체로 더 외롭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Arthur Schopenhauer, 1788–1860)

"고독은 모든 뛰어난 인물의 운명이다. 그는 때때로 그것을 한탄할지 모르지만, 둘 중 덜한 악(惡)이라 여겨 늘 그것을 선택할 것이다."

"고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자유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은 오직 혼자일 때만 자유롭기 때문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 1844–1900)

"내 고독은 사람의 있고 없음에 달려 있지 않다. 오히려 — 나는 진정한 동반자를 주지 않으면서 내 고독을 빼앗아 가는 자를 미워한다."

"가장 위대한 사건들은 — 우리의 가장 시끄러운 시간들이 아니라, 우리의 가장 고요한 시간들이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

"위대한 사람이란, 군중 속에서도 고독의 독립을 완벽하게 부드러운 태도로 지킬 수 있는 사람이다."

블레즈 파스칼 — 『팡세』

"인류의 모든 불행은 단 하나의 사실에서 비롯된다 — 인간이 자기 방에 홀로 조용히 머물러 있을 줄 모른다는 것."


🍃 동양의 고독 — 시와 철학

이백 (李白) — 「월하독작(月下獨酌)」

"꽃 사이에 술 한 동이 두고
친한 이 없이 홀로 마신다.
잔을 들어 밝은 달을 부르니,
그림자 마주하여 셋이 되었구나.

잠시나마 달과 그림자를 데리고,
이 즐거움 봄날에 누리리라."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舉杯邀明月, 對影成三人.

고독을 슬퍼하지 않고, 달과 그림자를 벗 삼는 동양적 고독의 정수.

도연명 (陶淵明) — 「음주(飲酒)」 제5수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꺾어 들고,
한가로이 남산을 바라본다.
산기운은 저녁마다 아름답고,
새들은 짝지어 돌아온다.
이 가운데 참된 뜻이 있으니,
말하려 해도 이미 말을 잊었네."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此中有真意, 欲辨已忘言.

장자 — 『장자』 대종사(大宗師)

"홀로 천지의 정신과 더불어 오가며, 만물을 깔보지 않는다."

獨與天地精神往來, 而不敖倪於萬物 (독여천지정신왕래, 이불오예어만물).

→ "獨(독)" — 동양 사유에서 고독은 결핍이 아니라 천지와 통하는 자유의 자리다.

왕유 (王維) — 「죽리관(竹里館)」

"홀로 그윽한 대숲 속에 앉아
거문고를 타다 다시 길게 휘파람을 분다.
깊은 숲을 사람들은 알지 못하건만,
밝은 달이 와서 서로 비추는구나."

獨坐幽篁裡, 彈琴復長嘯.
深林人不知, 明月來相照.

한산(寒山) — 당대 은둔시인

"외로운 봉우리 위 외로운 학,
천 년이 지나도 외짝이로다.
외짝이지만 외롭지 아니하니,
청풍과 흰 구름이 짝을 이루는도다."


📖 잠언과 성경

전도서 4:9–10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그들이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혹시 그들이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
홀로 있어 넘어지고 붙들어 일으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있으리라."

외로움에 대한 가장 솔직한 통찰.

마태복음 14:23

"무리를 보내신 후에 기도하러 따로 산에 올라가시니라.
저물매 거기 홀로 계시더니."

→ 예수조차 결정적인 순간에는 혼자가 되었다.

시편 23:4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 주께서 나와 함께하심이라."

→ 가장 깊은 외로움 속에서 발견되는 동행.


🍂 좀 더 긴 호흡의 글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제8편)

"당신이 사랑해야 할 것은 당신의 고독입니다 —
그리고 그것이 당신에게 안겨주는 아름답고 슬픈 부담을 견디는 일.

사람들 사이에서 갑작스레 일어나는 모든 친밀함의 환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본래의 진실로 돌아가십시오.
그 깊은 고독을 잃지 마십시오. 사랑조차도, 진정한 사랑이라면 — 두 고독이 서로를 보호하고, 경계 짓고, 인사하는 것일 뿐입니다."

"두 고독이 서로를 보호하고, 경계 짓고, 인사한다 — 그것이 사랑이다."

"Love consists in this, that two solitudes protect and touch and greet each other."

메이 사튼 (May Sarton) — 『혼자 산다는 것(Journal of a Solitude)』

"외로움은 자기 자신과의 빈곤이고, 고독은 자기 자신의 풍요로움이다."

"혼자 있을 때 비로소 나는 진정한 나로 돌아온다. 사람들이 가까이 있을 때 나는 흩어진다. 혼자 있을 때 비로소 모인다."

헤르만 헤세 — 『황야의 이리』

"홀로 있을 줄 모르는 사람은 자유로울 수 없다."

카를 융 (Carl Jung)

"외로움은 주위에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다른 이들에게 전할 수 없거나, 또는 자신의 견해가 다른 이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생긴다."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 『전체주의의 기원』

"고독 속에서 나는 '나 자신과 함께' 있다 — 따라서 둘이지만 하나이다.
그러나 외로움 속에서 나는 모두로부터 버려진 한 사람이다."

→ 고독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 외로움은 그 대화조차 불가능해진 상태.

알베르 카뮈 — 노트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 자신 안의 사막이다. 그곳에서만 우리는 진정으로 살 수 있다."


💭 한 가지 통찰

이 모든 인용을 관통하는 한 가지 발견 — 외로움(loneliness)과 고독(solitude)은 정반대다.

외로움 (loneliness) 고독 (solitude)
자기 자신과도 끊어진 상태 자기 자신 이어진 상태
빈곤 풍요
군중 속에서 더 깊어진다 자연 속에서 더 깊어진다
정호승: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소로: "고독만큼 친밀한 동반자는 없다"
마더 테레사: "가장 끔찍한 빈곤" 니체: "가장 고요한 시간이 가장 위대한 사건이다"
마태복음: "홀로 산에 올라가시니라" — 외로움이 기도가 되는 자리 릴케: "두 고독이 서로를 보호한다" — 외로움이 사랑이 되는 자리

이 두 상태는 서로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있다 — 그 다리의 이름은 자기 자신과의 화해다.

이백은 외로운 달밤에 그림자를 셋으로 만들었고, 도연명은 국화를 꺾어 말을 잊었으며, 한산은 외로운 학에게 청풍과 흰 구름을 짝지어 주었다. 동양의 시인들이 일찍이 알았던 것은, 고독은 결핍이 아니라 천지와 통하는 자리라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한 줄을 남긴다면, 릴케의 이 문장이다.

"사랑이란, 두 고독이 서로를 보호하고, 경계 짓고, 인사하는 일이다."


출처

第 07 장

🕯️죽음과 삶

죽음을 잊지 말라(Memento Mori) — 그래야 비로소 살게 된다.


💀 죽음을 직시하기 — 스토아 철학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Marcus Aurelius, 121–180)

"네가 영원히 살 운명인 양 행동하지 말라. 정해진 것이 너 위에 드리워져 있다. 살아 있는 동안, 그리고 그럴 수 있는 동안 — 지금 선해져라."

"인간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죽음이 아니다. 한 번도 진정으로 살기를 시작하지 못한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너 자신을 죽었다고 생각하라. 너는 이미 너의 삶을 살았다. 이제 남아 있는 것을 가져가, 제대로 살아라."

— 『명상록』

세네카 (Seneca, BC 4–AD 65)

"우리에게 시간이 짧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시간을 많이 낭비할 뿐이다."

"우리가 마지막 날이라 두려워하는 그날은 — 사실 영원의 생일이다."

"The day which we fear as our last is but the birthday of eternity."

"매일을 인생의 끝인 것처럼 마음을 준비하자. 아무것도 미루지 말자. 매일 인생의 장부를 결산하라. 매일 인생에 마침표를 찍는 자에게는 시간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

에피쿠로스 (Epicurus, BC 341–270)

"죽음은, 가장 두려운 악(惡)이라 일컬어지지만,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존재할 때 죽음은 없고, 죽음이 왔을 때 우리는 이미 없기 때문이다."

—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내는 편지』

소크라테스 (Socrates, BC 470–399)

"검토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

"The unexamined life is not worth living."

— 『변명』

"죽음이 인간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두려워하면서도, 사람들은 그것을 가장 큰 악으로 알고 두려워한다 — 마치 아는 것처럼."

몽테뉴 (Montaigne) — 『수상록』

"철학한다는 것은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Philosopher, c'est apprendre à mourir."


🍃 동양의 죽음관

공자 — 『논어』 선진편(先進篇)

자로(子路)가 죽음에 대해 묻자, 공자가 답했다.

"아직 삶을 알지 못하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

未知生, 焉知死 (미지생, 언지사).

→ 동양 사유의 출발점은 죽음이 아니라 이다.

장자 — 『장자』 지락편(至樂篇) — 아내의 죽음

장자의 아내가 죽었을 때, 친구 혜자(惠子)가 조문을 갔다. 장자는 다리를 뻗고 앉아 그릇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혜자가 놀라 꾸짖자 장자가 말했다.

"처음 아내가 죽었을 때 어찌 나라고 슬프지 않았겠나. 그러나 가만히 그 처음을 살펴보니, 본래 생명이 없었고, 형체도 없었고, 기운조차 없었다.
흐릿한 가운데 섞여 있다가, 변하여 기운이 생기고, 기운이 변하여 형체가 되고, 형체가 변하여 생명이 되었으며, 이제 다시 변하여 죽음에 이르렀을 뿐이다.
이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운행하는 것과 같다.
아내는 천지라는 큰 방에 편안히 누워 있는데, 내가 통곡한다면 그것은 천명(天命)을 알지 못하는 일이라 여겨, 이내 그쳤다."

고분이가(鼓盆而歌):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하다.

장자 — 「호접지몽(胡蝶之夢)」

"옛날에 장주(莊周)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였으니, 스스로 즐겁고 마음에 맞는다 여기며, 자신이 장주임을 알지 못했다.
갑자기 깨어나니, 놀랍게도 장주였다.
그러나 알지 못하겠다 —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를."

→ 삶과 죽음, 꿈과 현실의 경계는 우리 생각만큼 분명하지 않다는 동양적 직관.

불교 — 『법구경』

"제행무상(諸行無常) — 모든 지어진 것은 영원하지 않다.
이를 지혜로 깨닫는 자는, 모든 고(苦)에서 벗어난다."

불교 — 『반야심경』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
형상 있는 것은 곧 비어 있고, 비어 있는 것이 곧 형상 있는 것이다."

→ 삶과 죽음을 둘로 나누지 않는 시선.

도연명 — 「의만가사(擬挽歌辭)」 (자신의 만가)

"천 년 만 년이 지난 뒤에,
누가 영예와 치욕을 알겠는가.
다만 한스러운 것은 살아 있을 때,
술을 충분히 마시지 못한 것이라."

死去何所道, 託體同山阿.
(죽어 어디로 간들 무엇을 말하랴, 몸을 산기슭에 맡길 뿐이로다.)


🕊️ 한국 시인의 죽음과 삶

윤동주 —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 「또 다른 고향」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 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魂)이 우는 것이냐."

이형기 — 「낙화(落花)」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김춘수 —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살아 있다는 것은 곧 이름 불리는 일.

천상병 —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한국어로 쓰인 가장 아름다운 죽음의 시 중 하나.


📖 잠언과 성경

전도서 3:1–2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시편 90:10, 12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빌립보서 1:21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

고린도전서 15:55

"사망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사망아, 너의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


🍂 좀 더 긴 호흡의 글

톨스토이 —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반 일리치는 죽기 직전, 평생을 잘못 살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내 인생 전체가, 의식적인 인생 전체가 잘못된 것이었다면?'
그에게 문득 떠올랐다 — 위로 올라간다고 여겼던 길이 사실은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었다는 것이.
그는 진정한 삶에서 매 순간 멀어지고 있었다."

→ 죽음은 삶에 대한 가장 솔직한 심판이다.

카프카 (Franz Kafka)

"인생의 의미란, 그것이 끝난다는 것이다."

"The meaning of life is that it stops."

스티브 잡스 —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 (2005)

"죽음은 아마 삶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발명품일 것이다. 그것은 삶을 변화시키는 동력이다 — 낡은 것을 치워, 새것에게 길을 열어 준다.

당신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그것을 낭비하지 마라."

"Death is very likely the single best invention of life. It is life's change agent."

헤밍웨이 — 『노인과 바다』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라이너 마리아 릴케 — 『기도서(Stundenbuch)』

"오 주여, 각자에게 자기 자신의 죽음을 주소서.
그가 살았던 삶에서 비롯되는 죽음을 —
사랑과 의미와 곤궁이 깃들어 있던 그 삶에서."

→ 모든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의 죽음이 있다는 깊은 통찰.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Elisabeth Kübler-Ross) — 『죽음과 죽어감』

"죽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산다.
죽음에 직면해 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삶을 진정으로 시작하지 못한다."

빅터 프랭클 — 『죽음의 수용소에서』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어도, 단 한 가지는 빼앗을 수 없다 —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자유."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거의 모든 것을 견딜 수 있다."

— 니체의 인용을 빌리며

마하트마 간디

"내일 죽을 것처럼 살아라. 영원히 살 것처럼 배워라."


💭 한 가지 통찰

죽음에 대한 인류의 사유는 결국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사유로 귀결된다. 이 점에서 동서고금의 사상가들은 거의 동일한 결론에 이른다.

출처 죽음을 통해 도달한 삶의 정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두려워해야 할 것은 죽음이 아니라, 진정으로 살기 시작하지 못한 것
공자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나 — 삶이 먼저다
장자 봄여름가을겨울처럼, 죽음도 자연의 한 계절일 뿐
불교 諸行無常 — 그러므로 매 순간이 전부다
스티브 잡스 죽음은 삶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다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천상병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두 갈래의 결론

동양 (莊子, 佛敎) 서양 (Stoic, Christian)
죽음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라 — 봄여름가을겨울처럼 죽음을 매일 기억하라(Memento Mori) — 그래야 오늘을 살게 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흐릿하다 (호접지몽) 죽음은 영원의 생일이다 (세네카)

두 전통은 다른 길을 걸었지만 같은 자리에 도착한다 — "죽음을 기억하는 자만이 오늘 진정으로 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사유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한 문장과 윤동주의 한 문장을 나란히 놓아 마무리한다.

"네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라. 너는 이미 너의 삶을 살았다. 이제 남아 있는 것을 가져가, 제대로 살아라."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 윤동주

서양의 황제와 동양의 청년 시인이, 1800년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같은 한 가지를 말하고 있다.


출처

第 08 장

🛡️용기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다. 두려움을 알면서도 한 걸음 내딛는 것이다.


🛡️ 두려움을 넘어 — 서양 사상가

넬슨 만델라 (Nelson Mandela, 1918–2013) — 『자유를 향한 긴 여정』

"나는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이기는 것임을 배웠다.
용감한 사람이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그 두려움을 정복하는 사람이다."

"I learned that courage was not the absence of fear, but the triumph over it. The brave man is not he who does not feel afraid, but he who conquers that fear."

마야 안젤루 (Maya Angelou, 1928–2014)

"용기는 모든 미덕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 — 용기가 없으면 다른 어떤 미덕도 일관되게 실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미덕은 들쭉날쭉 실천할 수 있지만, 용기 없이는 어느 것도 꾸준히 할 수 없다."

— 옥스퍼드 강연, 1990

어니스트 헤밍웨이 (Ernest Hemingway, 1899–1961)

"용기란 압박 속에서의 우아함이다."

"Courage is grace under pressure."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 가운데서도 행하는 것 — 그것이 용기다."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le, BC 384–322) — 『니코마코스 윤리학』

"용기는 다른 모든 덕(德)의 첫 번째다 — 다른 모든 덕을 가능하게 하는 덕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어떤 것도 용기 없이는 결코 이룰 수 없다. 용기는 마음의 가장 위대한 자질이며, 명예 다음으로 으뜸가는 것이다."

마크 트웨인 (Mark Twain, 1835–1910)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 저항하는 것이며, 두려움을 다스리는 것이다 — 두려움의 부재가 아니다."

아나이스 닌 (Anaïs Nin, 1903–1977)

"인생은 한 사람의 용기에 비례하여 줄어들거나 늘어난다."

"Life shrinks or expands in proportion to one's courage."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네가 어떤 외부 사건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면, 너를 괴롭히는 것은 그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너의 판단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네가 지금 이 순간 바꿀 힘이 있는 것이다."

— 『명상록』

→ 두려움 앞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단 하나의 것 — 그것이 용기의 출발점이다.


🍃 호연지기(浩然之氣) — 동양의 용기

맹자 — 『맹자』 공손추 상편(公孫丑 上篇)

공손추가 호연지기가 무엇이냐 묻자 맹자가 답했다.

"말로 형용하기 어렵다. 그 기(氣)는 지극히 크고 지극히 강하여, 곧게 길러 해(害)하는 것이 없으면, 천지 사이에 가득 차게 된다.
그 기는 의(義)와 도(道)에 짝하니, 이것이 없으면 굶주린다.
이것은 의(義)를 모아 생긴 것이지, 의가 우연히 닥쳐와 얻어진 것이 아니다."

其爲氣也, 至大至剛, 以直養而無害, 則塞于天地之間.

호연지기(浩然之氣): 천지에 가득 찬, 곧고 큰 도덕적 용기.

맹자 — 진정한 용기

"스스로 돌이켜보아 곧지 않으면, 비록 베옷 입은 사람 앞에서라도 두렵다.
스스로 돌이켜보아 곧으면, 천만인이 앞을 막아서도 나는 나아가리라."

自反而不縮, 雖褐寬博, 吾不惴焉.
自反而縮, 雖千萬人, 吾往矣 (자반이축, 수천만인, 오왕의).

→ 동양의 용기관의 정수. 외부의 적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곧음(縮) 이 용기의 척도다.

공자 — 『논어』 위정편(爲政篇)

"의(義)를 보고도 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용기가 없는 것이다."

見義不爲, 無勇也 (견의불위, 무용야).

공자 — 『논어』 헌문편(憲問篇)

"인(仁)한 자는 반드시 용기가 있으나, 용기 있는 자가 반드시 인한 것은 아니다."

仁者必有勇, 勇者不必有仁.

→ 용기에는 두 가지가 있다 — 의(義)에 뿌리내린 용기와, 무모한 용기.

노자 — 『도덕경』 67장

"자비롭기에 능히 용감할 수 있다."

慈, 故能勇 (자, 고능용).

→ 진정한 용기의 뿌리는 사랑이다.


🇰🇷 한국의 용기

안중근 (1879–1910) — 옥중 어록과 유묵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후 뤼순 감옥에서, 사형 직전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보낸 편지에 답하여 의연히 형장에 섰다.

"나는 대한 독립을 위해 죽고, 동양 평화를 위해 죽는데, 어찌 죽음이 한스럽겠는가."

— 1910년 3월 26일, 처형 직전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

조마리아 여사 — 아들 안중근에게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刑)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떳떳하게 죽음을 맞이하여라.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不孝)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 한국 역사상 가장 의연한 어머니의 편지. 용기는 대물림된다.

유관순 (1902–1920)

"내 손톱이 빠져 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 서대문 형무소 옥중에서

이육사 — 「광야(曠野)」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 가장 어두운 시대에 가장 먼 미래를 향해 씨를 뿌리는 용기.

이육사 — 「절정」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절망의 정점에서 발견한 한 줄 —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

한용운 — 「복종」

"남들이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 자발적으로 무엇인가에 헌신하기로 결단하는 것 — 그것도 한 형태의 용기.


📖 잠언과 성경

여호수아 1:9

"내가 네게 명한 것이 아니냐. 마음을 강하게 하고 담대히 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시편 27:14

"너는 여호와를 바랄지어다. 강하고 담대하며, 여호와를 바랄지어다."

디모데후서 1:7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이니."

잠언 28:1

"악인은 쫓아오는 자가 없어도 도망하나, 의인은 사자같이 담대하니라."


🍂 좀 더 긴 호흡의 글

C. S. 루이스 (C. S. Lewis) —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용기는 단순히 여러 덕(德) 중 하나가 아니다. 그것은 시험대에 오른 모든 덕의 형식(form)이다.
한 인간의 정직, 자비, 신앙 — 그 모든 것은, 그것이 시험받는 그 자리에서, 결국 '용기'라는 한 가지 모습으로 드러난다."

"Courage is not simply one of the virtues, but the form of every virtue at the testing point."

→ 한 줄로 압축하면: 모든 덕은 결정적인 순간에 용기가 되어야 한다.

빅터 프랭클 — 『죽음의 수용소에서』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어도, 단 한 가지는 빼앗을 수 없다 —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자유.
자신의 길을 선택할 자유."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거의 모든 것을 견딜 수 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어쩌면 우리 삶에 나타나는 모든 용(龍)은 결국 공주(公主)일지도 모릅니다 — 그들은 단 한 번만, 단 한 번만이라도 우리가 아름답고 용감하게 행동하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무서운 것은 모두, 깊은 본질에서는 — 우리의 사랑을 원하는 어떤 무력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려운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까닭은 — 우리가 그것과 더불어 성장하기 위함이다."

브레네 브라운 (Brené Brown) — 『불완전함의 선물』

"취약함은 약함이 아니다. 취약함은 용기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의다.
우리가 사랑하기로 선택할 때, 우리는 상처받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취약해질 의지 없이는, 진정한 사랑도, 소속감도, 기쁨도 불가능하다."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 『인간의 조건』

"세상은 정치적이라기보다는 도덕적인 의미에서 — 용기를 필요로 한다.
가장 큰 위협은 악인의 행동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침묵하기로 결정하는 그 순간이다."

토마스 아 켐피스 — 『그리스도를 본받아』

"우리는 우리 자신을 정복할 수 있는 만큼만 자유롭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파도가 부서지지 않는 한, 강가에 누구도 머무를 수 없다. — 우리는 모두, 부서지면서 비로소 새 길을 찾는다."


💭 한 가지 통찰

용기에 대한 동서고금의 사유는 두 가지 발견으로 수렴한다.

발견 1 — 용기는 두려움의 부재가 아니라, 두려움 가운데서의 결단이다

출처 한 줄
만델라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이기는 것
마크 트웨인 용기는 두려움에 저항하는 것이다 — 두려움의 부재가 아니다
헤밍웨이 압박 속에서의 우아함
브레네 브라운 취약해질 의지가 곧 용기다

발견 2 — 용기는 외부의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곧음(縮)을 지키는 일이다

출처 한 줄
맹자 스스로 돌이켜 곧으면, 천만인이 막아서도 나아가리라 (自反而縮, 雖千萬人, 吾往矣)
공자 의를 보고도 행하지 않는 것은 용기가 없는 것
노자 자비롭기에 능히 용감할 수 있다 (慈, 故能勇)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너를 괴롭히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너의 판단
C.S. 루이스 용기는 시험대에 오른 모든 덕의 형식

그리고 한 가지 더 — 한국적 용기

이육사가 「광야」에서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라고 했을 때, 그것은 결과를 약속받지 못한 자의 용기였다.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정말 올지, 그 자신은 끝내 보지 못했다.

조마리아 여사가 아들 안중근에게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라"고 썼을 때, 그것은 자식을 잃는 어머니의 용기였다.

용기란 결국 — 결과가 보이지 않을 때에도 옳다고 믿는 길을 걷는 일.

마지막으로, 만델라와 맹자, 두 문장을 나란히 놓는다.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이기는 것이다." — 만델라

"스스로 돌이켜 곧으면, 천만인이 막아서도 나는 나아가리라." — 맹자

남아프리카의 감옥에서 27년을 살아낸 사람과, 2300년 전 중국 전국시대의 철학자가, 같은 한 가지를 말하고 있다.


출처

第 09 장

🌅희망

희망이란 일이 잘 풀릴 거라는 확신이 아니다. 결과와 상관없이, 그것이 의미가 있다는 확신이다. — 바츨라프 하벨


🌅 희망과 낙관은 다르다 — 가장 깊은 한 줄

바츨라프 하벨 (Václav Havel, 1936–2011) — 체코 대통령·작가

"희망은 분명 낙관(樂觀)과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확신이 아니라,
결과가 어떻게 되든 — 그 일이 의미가 있다는 확신이다."

"Hope is definitely not the same thing as optimism. It is not the conviction that something will turn out well, but the certainty that something makes sense, regardless of how it turns out."

— 『불가능의 예술(Disturbing the Peace)』

"희망은 세계의 상태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 깊고 강력한 의미에서의 희망이란, 일이 잘 풀리고 있다는 기쁨도, 분명히 성공할 사업에 투자하려는 의지도 아니다. 그것은 무엇인가가 옳기 때문에 그 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능력이다."

→ 이 한 문장이, 이 문서 전체의 출발점이다. 희망은 결과가 보일 때 갖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을 때 갖는 것이다.


🪶 희망은 무엇인가 — 시인의 정의

에밀리 디킨슨 (Emily Dickinson, 1830–1886) — 시 254번

**"'희망'은 깃털 달린 것 —
영혼 속에 깃들어
가사 없는 곡조를 부르며
결코 — 결코 멈추지 않네.

가장 매서운 바람 속에서 — 가장 다정하고 —
그리고 폭풍우 속에서도 — 멈추지 않으리 —
수많은 작은 새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던
이 작은 새를."**

"'Hope' is the thing with feathers - / That perches in the soul - / And sings the tune without the words - / And never stops - at all -"

헬렌 켈러 (Helen Keller, 1880–1968)

"낙관은 성취로 이끄는 신앙이다. 희망과 자신감 없이는 그 무엇도 이룰 수 없다."

"희망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만질 수 없는 것을 느끼며, 불가능한 것을 이룬다."

"Hope sees the invisible, feels the intangible, and achieves the impossible."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 1913–1960)

"희망이 없는 곳에서,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다."

"Where there is no hope, it is incumbent on us to invent it."

"한겨울에 나는 마침내 내 안에 누구도 꺾을 수 없는 여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In the depth of winter, I finally learned that within me there lay an invincible summer."

퍼시 비시 셸리 (Percy Bysshe Shelley) — 「서풍에 부치는 송가」

"오 바람이여, 만약 겨울이 온다면, 봄이 그리 멀랴?"

"O Wind,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 동양의 희망 — 길이 되는 발걸음

루쉰 (魯迅, 1881–1936) — 『고향(故鄉)』 마지막 단락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없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본래 땅에는 길이 없었으나,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

希望本是無所謂有, 無所謂無的. 這正如地上的路; 其實地上本沒有路, 走的人多了, 也便成了路.

→ 동양 사유 속 희망의 정수. 희망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노자 — 『도덕경』 64장

"천 리 길도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

千里之行, 始於足下 (천리지행, 시어족하).

사마천 — 『사기』 「화식열전」

"단호하게 감행하면, 귀신조차 피해 간다."

當斷不斷, 反受其亂 (당단부단, 반수기란).

→ 희망은 행동이 동반될 때 비로소 길이 된다.

한산 (寒山) — 당대 시

"높이 올라 천 봉우리 위에 서 보니,
외로운 달이 만 갈래 길을 비추는도다."

→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멀리까지 비추는 빛에 대한 노래.


🇰🇷 한국 시인의 희망

도종환 —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한국어로 쓰인 가장 깊은 희망의 시. 희망은 개인이 아니라 함께 벽을 오른다.

신경림 —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ㅡ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 어쩌면 가장 조용한 형태의 희망이다.

정호승 —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 절망할 때에도
멀리 동방에서 새벽을 깨워 오는 새가 있어
희망의 새벽을 알리고

새로운 우리들의 아침을 위해
맑게 울어 주는 새가 있다."**

신영복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비록 옥담을 둘러친 8평 방이지만, 그 안에서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꿈을 꿉니다. 절망의 한가운데서도 사람은 일어설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 그것을 배웠습니다."

"여름 옥방에서 옆 사람을 증오하지 않으려면, 함께 부채를 든 마음이어야 합니다."

→ 신영복이 20년 20일의 옥살이에서 길어 올린 한 문장. 희망은 함께 부채를 드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박노해 — 「다시」

**"길을 잃으면 길이 보이고,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

끝나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고,
죽지 않으면 다시 살지 않는다.

다시, 다시 시작이다."**

한용운 — 「알 수 없어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 한국어로 표현된 부활과 희망의 가장 깊은 한 줄.


📖 잠언과 성경

로마서 5:3–5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소망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아니함은,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됨이니."

히브리서 11:1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라."

예레미야 29:11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시편 30:5

"저녁에는 울음이 깃들일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


🍂 좀 더 긴 호흡의 글

빅토르 위고 — 『레 미제라블』

"가장 어두운 밤도 끝나고, 해는 떠오를 것이다."

"Even the darkest night will end and the sun will rise."

안네 프랑크 (Anne Frank) — 『안네의 일기』, 1944년 7월 15일

2차 대전 중 은신처에서 적힌, 인류 역사상 가장 깊은 희망의 진술 중 하나.

"이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사람들이 마음 속 깊이 진정으로 선하다고 믿는다.
… 나는 평화와 평온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 느낀다.
그동안 나는 내 이상을 고수해야 한다. 어쩌면 그날이 오면, 나는 그것을 실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그녀는 그날을 보지 못하고 베르겐-벨젠 수용소에서 죽었다. 그러나 그녀의 일기는 그날을 살아남았다.

빅터 프랭클 — 『죽음의 수용소에서』

"우리가 더 이상 상황을 바꿀 수 없는 상황에 처할 때 —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바꾸도록 도전받는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거의 모든 것을 견딜 수 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Martin Luther King Jr.) — 1963년 워싱턴 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I have a dream."

"우리는 유한한 실망(disappointment)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결코 무한한 희망(infinite hope)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J. R. R. 톨킨 — 『반지의 제왕』 (샘의 말)

"이 세상에는 분명 선한 무언가가 있어, 프로도 씨. 그리고 그것은 싸울 가치가 있어."

"There's some good in this world, Mr. Frodo… and it's worth fighting for."

데스몬드 투투 (Desmond Tutu) — 『용서 없이 미래 없다』

"희망이란, 어둠에도 불구하고 빛이 있음을 보는 능력이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믿음이란, 새벽이 아직 어두울 때에도 노래하는 새다."

"Faith is the bird that feels the light when the dawn is still dark."

알베르 카뮈 — 『시지프 신화』

"산정(山頂)을 향한 투쟁 그 자체만으로 인간의 마음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
시지프가 행복하다고 상상해야 한다."

"The struggle itself toward the heights is enough to fill a man's heart. One must imagine Sisyphus happy."

→ 결과가 보이지 않을 때도, 그 일에 의미가 있다고 믿는 일 — 곧 하벨의 정의와 만난다.


💭 한 가지 통찰

희망에 대한 인류의 사유는 두 가지 발견으로 수렴한다.

발견 1 — 희망은 낙관과 다르다

희망과 낙관(optimism)은 자주 혼동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정반대에 가깝다.

낙관 (optimism) 희망 (hope)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예측 일에 의미가 있다는 확신
결과가 보일 때 갖는 것 결과가 보이지 않을 때 갖는 것
외부 상황에 의존 내면의 결단에 뿌리내림
좌절될 수 있음 좌절을 견디기 위해 존재함

하벨: "희망은 결과가 어떻든, 그것이 의미가 있다는 확신이다." 카뮈: "시지프가 행복하다고 상상해야 한다."

발견 2 — 희망은 받는 것이 아니라 걷는 것이다

출처 한 줄
루쉰 본래 땅에는 길이 없었으나,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길이 된다
카뮈 희망이 없는 곳에서,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도종환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박노해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
헬렌 켈러 희망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불가능한 것을 이룬다

희망은 어딘가 멀리 있는 빛이 아니다 — 걷는 발걸음 그 자체다.


한 가지 결론

루쉰의 한 단락과 도종환의 「담쟁이」가, 동서의 모든 희망관을 한 점에 모은다.

루쉰 (1921): "본래 땅에는 길이 없었으나,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

도종환 (1991):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70년의 시차를 두고, 중국의 작가와 한국의 시인이 같은 한 가지를 말한다 — 희망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걸을 때 길이 되고, 함께 오를 때 벽을 넘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용운의 한 문장을 남긴다. 한국어로 표현된 부활의 가장 짧은 정의.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출처

第 10 장

🌿행복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다. 의미 있는 삶의 결과다.


🌿 행복이란 무엇인가 — 아리스토텔레스와 에우다이모니아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le, BC 384–322) — 『니코마코스 윤리학』

"행복은 활동(activity)이지 상태(state)가 아니다."

"Happiness is an activity, not a state."

"행복은 인간 존재의 의미이자 목적이다 — 인간 삶 전체의 목표이자 끝이다."

"Happiness is the meaning and the purpose of life, the whole aim and end of human existence."

"행복은 외부적인 소유물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지혜와 덕(德)에서 흘러나온다."

→ 아리스토텔레스가 사용한 그리스어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 는 흔히 '행복'으로 옮겨지지만, 그 본래 뜻은 "좋은(eu) 영혼(daimon)을 지닌 상태""본래의 자기 자신이 온전히 실현된 삶" 에 가깝다. 쾌감(hedone)이 아니라 충실한 활동이 그 뿌리다.


🎯 행복의 역설 — 추구할수록 멀어지는 것

존 스튜어트 밀 (John Stuart Mill, 1806–1873) — 『자서전』

"행복한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을 그만두면, 그제야 비로소 행복하게 된다.
행복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지 않은 사람만이 행복하다.
행복은 인생의 옆길에서, 다른 일에 마음을 쏟는 동안 — 슬며시 우리에게 다가온다."

→ 행복은 정면으로 잡으려 하면 도망간다. 옆을 보고 다른 일을 할 때, 슬그머니 옆자리에 와 앉는다.

빅터 프랭클 — 『의미를 향한 인간의 탐구』

"행복은 추구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
사람은 자기 자신보다 더 큰 무엇인가에 헌신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 그 헌신의 부산물로 행복이 따라온다."

"성공처럼 행복도 추구할 수 없다 — 그것은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자기 자신보다 더 큰 무엇인가에 자신을 내어주는 의도하지 않은 부수효과로서만 일어난다."

너새니얼 호손 (Nathaniel Hawthorne, 1804–1864)

"행복은 나비와 같다. 쫓아가면 늘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지만 — 가만히 앉아 있으면, 어쩌면 그것이 그대 위에 내려앉을지도 모른다."


🏛️ 스토아 — 행복은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다

세네카 (Seneca)

"진정한 행복은 현재를 즐기는 것이다 — 미래를 불안하게 의존하지 않고."

"그가 가진 것을 가장 적게 원하는 사람이, 가장 부유하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우리 삶의 행복은 우리 생각의 질에 달려 있다."

"The happiness of your life depends upon the quality of your thoughts."

— 『명상록』

에픽테토스 (Epictetus)

"행복과 자유는 한 가지 원칙을 분명히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 어떤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

에피쿠로스 (Epicurus)

"당신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갖기를 갈망함으로써, 당신이 갖고 있는 것을 망치지 말라.
지금 당신이 가진 것이, 한때 당신이 바라기만 했던 것들이었음을 기억하라."

→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은 이미 가진 것을 알아보는 일이다.


🍃 동양의 행복 — 만족할 줄 아는 자

노자 — 『도덕경』 33장

"남을 아는 자는 지혜로우나, 자기를 아는 자가 밝다.
남을 이기는 자는 힘이 있으나, 자기를 이기는 자가 강하다.
만족할 줄 아는 자가 부자다."

知足者富 (지족자부).

노자 — 『도덕경』 46장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가히 오래갈 수 있다."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

장자 — 『장자』 추수편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를 말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자기 자리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여름 벌레에게 얼음을 말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자기의 때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 행복의 적은 외부의 부재가 아니라, 자기 시야의 좁음이다.

도연명 (陶淵明) — 「귀거래사(歸去來辭)」

"돌아가자,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니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
… 동쪽 정자에서 잠시 쉬다가 휘파람을 길게 분다.
진실로 좁아도 편안할 수 있는데, 어찌하여 마음에 흔들림이 있겠는가."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꺾어 들고,
한가로이 남산을 바라본다.
이 가운데 참된 뜻이 있으니,
말하려 해도 이미 말을 잊었네."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此中有真意, 欲辨已忘言.

— 「음주(飲酒)」 제5수

공자 — 『논어』 술이편(述而篇)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팔을 굽혀 베고 누우니, 즐거움이 또한 그 가운데 있다.
의롭지 않은 부귀(富貴)는 나에게 뜬구름과 같을 뿐이다."

飯疏食飲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부처 — 『법구경(Dhammapada)』 204구

"건강이 가장 큰 이로움이요, 만족이 가장 큰 재물이며,
신뢰가 가장 좋은 친척이요, 열반이 가장 큰 행복이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없다. 행복이 곧 길이다."


🇰🇷 한국의 행복

법정 스님 — 『무소유』

**"행복은 결코 많고 큰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적게 가질수록 더 사랑할 수 있다."

김수환 추기경 (1922–2009) — 마지막 말씀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짧고 깊은 행복의 가르침. 행복은 사랑과 감사 위에 핀다.

이해인 수녀 — 「행복」

**"내가 정말 행복하지 않은 것은
너무 큰 행복만을 기다리고 있는 까닭이라고

작은 일에 감동할 줄 모르는 무딘 가슴 탓이라고

오늘은 내가 나에게 말하네."**

천상병 — 「행복」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있고,
어린것들이 있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으랴.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 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 가난한 시인이 한국어로 쓴 가장 환한 행복의 시.

정현종 —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ㅡ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환대(歡待) — 한국 시가 도달한 행복의 가장 따뜻한 정의.

류시화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진정한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 그것은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 있다."


📖 잠언과 성경

시편 1:1–2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로다."

마태복음 5:3–8 (산상수훈 — 팔복)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잠언 15:17

"채소를 먹으며 서로 사랑하는 것이, 살진 소를 먹으며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 나으니라."

빌립보서 4:11–12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 나는 어떠한 형편에든지 자족(自足)하기를 배웠노라.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 좀 더 긴 호흡의 글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다.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Happy families are all alike; every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 행복은 평범하고 단조롭다 — 그것이 행복의 본질이다.

톨스토이 — 『세 가지 질문』

"기억하라. 가장 중요한 시간은 단 하나뿐이니, 그것은 바로 지금이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당신과 함께 있는 사람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당신 곁에 있는 그 사람에게 선을 베푸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보내진 이유는 오직 이것뿐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 『월든』

"행복은 나비와 같다 — 쫓을수록 멀어지지만, 다른 일에 주의를 기울이면 그것이 살며시 어깨에 와 앉는다."

"한 사람의 부(富)는 그가 없어도 살 수 있는 것들의 숫자에 비례한다."

알베르 카뮈 — 『시지프 신화』 마지막 문장

"산정(山頂)을 향한 투쟁 그 자체만으로 인간의 마음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
시지프가 행복하다고 상상해야 한다."

"One must imagine Sisyphus happy."

→ 결과가 아니라 분투 그 자체가 — 행복일 수 있다.

헬렌 켈러

"행복은 자기만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목적에 헌신하는 데서 온다."

"Happiness is not attained through self-gratification but through fidelity to a worthy purpose."

달라이 라마 (Dalai Lama, 1935– )

"행복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 그것은 당신 자신의 행동에서 비롯된다."

"Happiness is not something ready made. It comes from your own actions."

"만약 당신이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자비를 행하라.
만약 당신이 다른 사람이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자비를 행하라."

틱낫한 (Thích Nhất Hạnh, 1926–2022)

"행복으로 가는 길은 없다. 행복이 곧 길이다."

"There is no way to happiness — happiness is the way."

"당신이 들이쉬는 숨이, 당신이 살아 있다는 기적이다. 그것을 깨달은 사람은 이미 모든 행복의 조건을 갖춘 사람이다."

마더 테레사

"우리는 이 세상에서 위대한 일을 할 수 없다. 다만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칼릴 지브란 — 『예언자』 「기쁨과 슬픔에 관하여」

"기쁨이 그대를 향해 미소 짓는다고 그것을 다 가지려 하지 말라.
슬픔이 그대를 향해 눈물 흘린다고 두려워하지 말라.

기쁨과 슬픔은 갈라질 수 없다.
그것들은 함께 그대의 식탁에 오고, 함께 그대의 침대로 간다."


💭 한 가지 통찰

행복에 관한 인류의 사유는 세 가지 발견으로 수렴한다.

발견 1 —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의미 있는 활동의 부산물이다

출처 한 줄
아리스토텔레스 행복은 활동이지 상태가 아니다
존 스튜어트 밀 행복을 묻기를 그만둘 때, 비로소 행복해진다
빅터 프랭클 행복은 자기보다 큰 무엇에 헌신할 때 따라온다
헬렌 켈러 자기만족이 아니라 가치 있는 목적에 헌신할 때
카뮈 시지프가 행복하다고 상상해야 한다
틱낫한 행복으로 가는 길은 없다 — 행복이 곧 길이다

발견 2 — 행복의 첫 조건은 이미 가진 것을 알아보는 일이다

출처 한 줄
노자 만족할 줄 아는 자가 부자다 (知足者富)
공자 거친 밥에 물 마시고도, 즐거움이 그 가운데 있다
부처 만족이 가장 큰 재물
에피쿠로스 지금 당신이 가진 것이 한때 당신이 바라기만 했던 것
법정 작은 것에 고마워할 줄 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
이해인 작은 일에 감동할 줄 모르는 무딘 가슴 탓이라고

발견 3 — 행복은 결국 함께함의 다른 이름이다

출처 한 줄
김수환 추기경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천상병 아내가 있고 어린것들이 있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으랴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톨스토이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당신과 함께 있는 사람
달라이 라마 자기가 행복하려면 자비를, 남이 행복하려면 자비를
마더 테레사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한 가지 결론

이 모든 사유를 한 점에 모으면, 행복의 정의는 의외로 단순해진다.

행복이란 — 의미 있는 일에 헌신하면서,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하고, 곁에 있는 사람을 환대하는 것.

세 가지를 한 사람의 입에서 들으면, 그것은 김수환 추기경의 다섯 글자가 된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그리고 한 가지를 더 — 시지프의 일을 받아들이는 일.

출처 한 줄
카뮈 시지프가 행복하다고 상상해야 한다
법정 우리는 적게 가질수록 더 사랑할 수 있다

산을 끝없이 오르내려야 하는 시지프와, 적게 가질수록 더 사랑할 수 있다는 무소유의 법정. 동·서양의 두 사유는 다른 산을 오르지만, 같은 봉우리에 도달한다.


출처

第 11 장

🩹고통과 슬픔

상처는, 빛이 그대 안으로 들어오는 자리다. — 루미


🪷 고통의 진리 — 불교의 첫 가르침

부처 — 사성제(四聖諦)

부처가 처음 사르나트에서 다섯 비구에게 설한 가르침. 인류 사상사에서 고통에 대한 가장 오래되고 깊은 분석.

1. 고성제(苦聖諦) — 삶은 고통이다.
2. 집성제(集聖諦) — 고통에는 원인이 있다. 그것은 집착이다.
3. 멸성제(滅聖諦) — 고통은 끝날 수 있다.
4. 도성제(道聖諦) — 그 끝으로 가는 길이 있다.

→ 부처의 출발점은 비관이 아니라 냉정한 진단이다. 고통은 부정해야 할 것이 아니라, 직시해야 할 것이다.

부처 — 『법구경(Dhammapada)』

"모든 지어진 것은 무상하다(諸行無常). 이를 지혜로 깨닫는 자는, 모든 고(苦)에서 벗어난다."

"집착이 모든 고통의 뿌리다."

"The root of suffering is attachment."

일본 선(禪)의 격언

"고통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괴로움은 선택할 수 있다."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

→ 고통(pain)과 괴로움(suffering)은 다르다. 첫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없지만, 두 번째 화살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쏘는 것이다.


💎 상처가 빛이 들어오는 자리 — 신비주의 시인들

잘랄루딘 루미 (Rumi, 1207–1273)

"상처는 빛이 그대 안으로 들어오는 자리다."

"The wound is the place where the light enters you."

"고통의 치유책은 고통 안에 있다."

"The cure for the pain is in the pain."

"슬픔은 그대를 기쁨에 대비시킨다.
그것은 그대의 집을 거칠게 쓸어 비운다 —
새로운 기쁨이 들어올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칼릴 지브란 — 『예언자』 「기쁨과 슬픔에 관하여」

**"그대의 기쁨은 가면을 벗은 슬픔이다.
그리고 그대의 웃음이 솟아오르는 바로 그 우물에는, 흔히 그대의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

슬픔이 그대 존재에 더 깊이 새겨질수록,
그대는 더 많은 기쁨을 담을 수 있게 된다."**

칼릴 지브란 — 「고통에 관하여」

**"그대의 고통이란, 그대 이해의 껍데기를 깨뜨리는 일이다.

과실의 씨앗이 햇빛 아래 서기 위해 그 핵을 깨뜨려야 하듯,
그대도 고통을 알아야 한다.

만약 그대가 일상의 기적들에 마음을 활짝 열어둘 수만 있다면 —
그대의 고통은, 그대의 기쁨 못지않게 경이로워 보일 것이다."**

레너드 코헨 (Leonard Cohen, 1934–2016) — 「Anthem」

"모든 것에는 틈이 있다.
바로 그 틈으로, 빛이 들어온다."

"There is a crack in everything. That's how the light gets in."


🏛️ 스토아 — 고통에 대한 냉정한 시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네가 어떤 외부의 일 때문에 괴롭다면, 너를 괴롭히는 것은 그 일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너의 판단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네가 지금 이 순간 바꿀 힘이 있다."

세네카 (Seneca) — 『도덕 서한』

"우리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보다, 상상 속에서 더 많이 고통받는다."

"We suffer more in imagination than in reality."

에픽테토스

"사람들은 사물 자체가 아니라, 사물에 대한 자기 견해에 의해 마음이 흔들린다."


🍃 동양 — 한(恨)과 비애(悲哀)

두보 (杜甫, 712–770) — 「춘망(春望)」

안사의 난으로 가족과 헤어진 시인이 폐허가 된 장안에서.

**"나라는 깨졌어도 산하는 그대로 있고,
성에는 봄이 와 풀과 나무만 깊다.

시국을 느끼매 꽃을 보고도 눈물이 흐르고,
이별을 한스러워하니 새소리에도 마음이 놀란다.

봉화는 석 달째 이어지니,
집에서 온 편지 만금에 값하리라.

흰 머리는 긁을수록 더 짧아져,
비녀조차 견뎌낼 수 없을 듯하구나."**

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
感時花濺淚, 恨別鳥驚心.

→ 인류 시 역사상 가장 깊은 비애의 첫 두 행. "나라는 깨졌어도 산하는 그대로 있다(國破山河在)."

백거이 (白居易) — 「장한가(長恨歌)」

양귀비의 죽음 이후, 현종의 슬픔을 노래한 마지막 두 행.

"하늘과 땅은 영원해도 끝이 있는 날이 있겠지만,
이 한(恨)은 면면히 이어져 끊일 날이 없으리라."

天長地久有時盡, 此恨綿綿無絕期.

→ "한(恨)"이라는 단어가 동아시아 미학의 한 정점에 도달한 순간.

도연명 — 「만가(挽歌)」 (자신의 만가)

"천 년 만 년이 지난 뒤에,
누가 영예와 치욕을 알겠는가.
다만 한스러운 것은 살아 있을 때,
술을 충분히 마시지 못한 것이라."

노자 — 『도덕경』 13장

"총애와 굴욕에 모두 놀라라. 큰 근심을 자신의 몸처럼 귀히 여기라."

寵辱若驚, 貴大患若身 (총욕약경, 귀대환약신).


🇰🇷 한국 — 한(恨)의 시학

한국적 정서로서의 "한(恨)"은 단순한 원망이나 슬픔이 아니다. 응어리진 슬픔이 시간 속에 풀리지 않고 남아 있는, 그러나 끝내 어떤 곡조가 되어 흘러나오는 — 풀리지 않음의 미학이다.

김소월 — 「초혼(招魂)」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한국어로 쓰인 가장 깊은 비통의 시.

김소월 —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 한(恨)의 가장 정제된 형식. 가장 큰 슬픔을 가장 큰 절제로 표현하는, 한국적 비애의 정수.

한용운 — 「님의 침묵」

**"이별은 미(美)의 창조입니다.
이별의 미는 아침의 바탕 없는 황금과, 밤의 올 없는 검은 비단과, 죽음 없는 영원의 생명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도 없습니다.

님이여, 이별이 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
오오 이별이여,
미는 이별의 창조입니다."**

→ 가장 큰 슬픔을 미의 창조로 전환한 한 줄.

윤동주 — 「자화상」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 자기 자신을 미워하고 가엾어하고 그리워하는 — 식민지 청년이 겪은 가장 정직한 자기 슬픔.

정호승 — 「슬픔이 기쁨에게」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 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凍死者)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 슬픔이 윤리가 되는 자리. 정호승은 슬픔을 사랑보다 더 깊은 인간의 능력으로 본다.

박노해 —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굳센 자여, 다정한 사람이여,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인생이 한 번뿐인 것을 아는 이는
그 인생을 우습게 여기지 못한다.
슬픔이 우리의 본적인 것을 아는 이는
슬픔에 무릎 꿇지 않는다."**

한강 — 『소년이 온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당신이 죽은 뒤 나는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 광주 5월의 슬픔을 한국문학이 끝내 도달한 한 자리.


📖 잠언과 성경 — 욥의 자리

욥기 1:21

모든 것을 한 번에 잃은 욥의 첫 마디.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자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

시편 22:1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인용한 시편.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

시편 30:5

"저녁에는 울음이 깃들일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

예레미야애가 3:31–33

예루살렘의 멸망 앞에 선 예언자.

"이는 주께서 영원토록 버리지 아니하실 것임이며,
그가 비록 근심하게 하시나 그의 풍부한 인자하심을 따라 긍휼히 여기실 것임이라.
주께서 인생으로 고생하게 하시며 근심하게 하심은, 본심이 아니시로다."

마태복음 5:4 (산상수훈)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 모든 종교 중 거의 유일하게 슬픔을 으로 선언한 한 문장.


🍂 좀 더 긴 호흡의 글

프리드리히 니체 — 『즐거운 학문』, 『우상의 황혼』

"살아 있다는 것은 고통받는다는 것이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그 고통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What does not kill me makes me stronger."

"춤추는 별을 낳기 위해서는, 자기 안에 혼돈을 품고 있어야 한다."

빅터 프랭클 — 『죽음의 수용소에서』

"왜(why)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떻게(how) 살아야 하는가의 거의 모든 것을 견딜 수 있다."

— 니체를 인용하며

"고통은 그것이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 고통이기를 멈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 『무기여 잘 있거라』

"세상은 모든 이를 부순다. 그리고 그 후에 많은 사람들은 부서진 곳에서 더 강해진다.
그러나 부서지지 않으려 하는 사람을 — 세상은 죽인다."

"The world breaks everyone, and afterward many are strong at the broken places."

C. S. 루이스 — 『헤아려 본 슬픔(A Grief Observed)』

아내 조이를 암으로 잃은 후 쓴 일기.

"누구도 나에게, 슬픔이 두려움과 이렇게 비슷한 느낌이라는 것을 말해 준 적이 없었다."

"No one ever told me that grief felt so like fear."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절단(切斷)이다. 다리를 절단당한 사람과 같다. 결국 그는 일어서서 다시 걷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늘 절름발이일 것이다."

도스토옙스키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고통이 없는 사랑은 없다."

"지옥이 무엇이냐. 나는 그것이 —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고통이라고 본다."

마야 안젤루

"고통은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청할 줄 알게 된다."

헬렌 켈러

"인격은 안락하고 평온한 가운데서 키워지지 않는다 — 시련과 고통의 경험을 통해서만, 영혼은 강해지고, 야망은 영감을 받으며, 성공이 성취된다."

비올라 데이비스 (Viola Davis) — 회고록

"슬픔을 거치지 않고는, 다른 쪽으로 갈 길이 없다."

"There is no way around grief — only through it."


💭 한 가지 통찰

고통과 슬픔에 관한 동서고금의 사유는 세 가지 발견으로 수렴한다.

발견 1 — 고통은 부정해야 할 것이 아니라, 직시해야 할 것이다

출처 한 줄
부처 첫 번째 진리: 삶은 고(苦)다
주신 자도 거두신 자도 여호와시니
C.S. 루이스 슬픔은 두려움과 닮은 느낌이라는 것을 누구도 말해 주지 않았다
두보 나라는 깨졌어도 산하는 그대로 있다

도피나 미화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통을 정직하게 이름 부르는 일이, 그 첫걸음이다.

발견 2 — 상처는 빛이 들어오는 자리다

출처 한 줄
루미 상처는 빛이 그대 안으로 들어오는 자리
레너드 코헨 모든 것에는 틈이 있다. 그 틈으로 빛이 들어온다
칼릴 지브란 슬픔이 깊이 새길수록 더 많은 기쁨을 담을 수 있다
헤밍웨이 많은 사람은 부서진 곳에서 더 강해진다
한용운 이별은 미(美)의 창조

부서짐이 있어야 들어올 수 있는 것이 있다. 깨지지 않는 항아리에는 새 물을 담을 수 없다.

발견 3 — 의미가 발견될 때, 고통은 고통이기를 멈춘다

출처 한 줄
빅터 프랭클 고통은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고통이기를 멈춘다
니체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자는,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다
정호승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너에게 주겠다
마태복음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다

한 가지 결론 — 한국적 슬픔의 자리

이 모든 동서양의 사유는 한 점에서 만난다 — 고통은 도망쳐서 끝나지 않는다. 통과해야 끝난다.

그런데 한국적 정서로서의 한(恨) 은 또 다른 자리를 보여 준다. 한은 풀려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풀리지 않은 채로 노래가 되는 슬픔이다.

한국 시인 슬픔의 모양
김소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 절제로 압축된 비통
한용운 이별은 미(美)의 창조입니다 — 슬픔이 아름다움으로
윤동주 사나이가 미워져, 가엾어, 그리워 — 자기 자신에 대한 슬픔
정호승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 슬픔이 윤리로
한강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 슬픔이 시대를 증언함

서양의 사유가 고통을 통과하여 의미에 이르는 길을 가르친다면, 한국의 시는 풀리지 않은 슬픔조차도 노래가 될 수 있다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 준다.

마지막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두 인용을 나란히 놓는다.

루미 (13세기 페르시아): "상처는 빛이 그대 안으로 들어오는 자리다."

한용운 (20세기 한국): "이별은 미(美)의 창조입니다."

700년의 시간과 7000킬로미터의 거리를 두고, 페르시아의 신비주의자와 한국의 시인이 같은 한 가지를 발견했다 — 부서짐이 없으면 새로 태어나는 것도 없다.


출처

第 12 장

🕊️자유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았다. — 사르트르


🕊️ 자유란 무엇인가 —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1906–1975) — 『정치란 무엇인가』

"자유는 정치의 존재 이유다 (raison d'être).
자유 없이는 인간 삶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다.
정치의 경험의 장(場)은 행위(action)다."

"인간은 자신이 필연(必然)에 종속되어 있음을 알지 못한다면 자유로울 수 없다 — 자유는 언제나 필연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려는, 결코 완전히 성공하지 못하는 시도에서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란 우리가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것이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의 가장 깊은 의미다."

존 스튜어트 밀 (John Stuart Mill, 1806–1873) — 『자유론』

"인류가 그 구성원 중 어느 누구의 행동의 자유에든,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간섭함이 정당화되는 유일한 목적은 자기 보호(self-protection)다.
문명사회의 어느 구성원에게나, 그의 의지에 반하여 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목적은 —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위해 원칙(Harm Principle). 근대 자유주의의 핵심 명제.

임마누엘 칸트 (Immanuel Kant, 1724–1804)

"자유는 의지가 외부의 어떤 강제에도 의존하지 않고 — 오직 자기 자신이 스스로 만든 법칙을 따르는 능력이다."

→ 자율(Autonomie). 자유란 외부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세운 법을 따르는 능력이다.

장-폴 사르트르 (Jean-Paul Sartre, 1905–1980)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았다."

"Man is condemned to be free."

"내가 자유롭지 않은 단 한 가지 자유는 — 자유롭지 않을 자유다."

→ 자유는 축복이자 동시에 짐이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진다.

시몬 드 보부아르

"한 사람을 자유롭게 원하는 것은, 곧 다른 모든 사람이 자유롭기를 원하는 것이다."


🏛️ 내면의 자유 — 스토아와 고대인

에픽테토스 (Epictetus, 50–135)

"자유는 우리의 욕망을 채움으로써가 아니라, 그것을 없앰으로써 얻어진다."

"자유롭고 행복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외부의 사물 — 자기 권한 밖에 있는 것 — 을 욕망하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반드시 노예가 된다."

— 『엥케이리디온』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네가 외부의 일에 괴롭다면, 너를 괴롭히는 것은 그 일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너의 판단이다. 그리고 그 판단을 너는 지금 바꿀 수 있다."

→ 외부 세계를 바꿀 수 없을 때조차, 우리에게는 한 가지 자유가 남는다.

키케로

"우리는 법의 노예다 — 그래야만 우리가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 동양의 자유 — 소요유와 무위

장자 — 「소요유(逍遙遊)」

대붕(大鵬)이 구만 리 상공으로 날아오르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장자의 첫 편.

"북녘 바다에 물고기가 있으니 그 이름이 곤(鯤)이다. 곤의 크기가 몇 천 리인지 알지 못한다.
변하여 새가 되니 그 이름이 붕(鵬)이다. … 한 번 떨치고 날면 그 날개가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다.
… 구만 리 상공을 솟아오르며, 여섯 달을 가서 쉰다."

소요유(逍遙遊):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거니는 자유. 외부의 강제뿐 아니라, 자기 마음의 협소함에서도 풀려난 상태.

장자 — 「양생주(養生主)」

"못가의 꿩은 열 걸음에 한 번 쪼고, 백 걸음에 한 번 마신다. 그래도 우리 안에 갇혀 길러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비록 잘 먹는다 한들, 어찌 마음이 평온하랴."

→ 풍요로운 새장보다 가난한 자유가 낫다.

노자 — 『도덕경』 25장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으며, 하늘은 도(道)를 본받고, 도는 자연(自然)을 본받는다."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자연(自然) — "스스로(自) 그러함(然)". 동양적 자유의 핵심 개념.

노자 — 무위(無爲)

"억지로 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함이 없다."

無爲而無不爲.


🇰🇷 한국의 자유 — 풀과 씨알

김수영 (1921–1968) — 「풀」 (1968)

4.19 혁명 후 박정희 군사독재의 한복판에서 쓰인 한국 자유시의 절정.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 권력의 바람에 눕지만, 반드시 다시 일어서는 민초의 자유에 대한 가장 깊은 한국어 시.

김수영 — 「푸른 하늘을」 (1960, 4.19 직후)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다" — 한국어로 쓰인 가장 정직한 자유의 정의.

한용운 — 「조선청년에게」

"자유는 만물의 생명이요, 평화는 인생의 행복이다.
그러므로 자유가 없는 사람은 죽은 시체와 같고, 평화를 잃은 자는 가장 큰 고통을 가진 자다."

한용운 — 「복종」

"남들이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 진정한 자유의 한 모습 — 무엇에 헌신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하는 자유.

함석헌 (咸錫憲, 1901–1989) — 『씨ᄋᆞᆯ의 소리』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자유란 책임을 지는 일이다. 책임을 지지 않고서는 자유는 없다.
책임이 무서워 자유를 내버리는 자, 그는 노예다."

"나는 한국의 씨ᄋᆞᆯ이다. 짓밟혀도, 갈라져도, 묻혀도 — 다시 봄이 오면 싹을 틔운다."

윤동주 — 「쉽게 씌어진 시」 (1942, 도쿄)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잠언과 성경

요한복음 8:32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갈라디아서 5:1

"그리스도께서 우리로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건히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

갈라디아서 5:13

"형제들아 너희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으나,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말고 —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 하라."

→ 자유는 자기 마음대로 함이 아니라, 사랑으로 서로에게 헌신할 수 있는 능력이다.


🍂 좀 더 긴 호흡의 글

넬슨 만델라 (Nelson Mandela) — 자서전 『자유를 향한 긴 여정』

"자유로 가는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 우리 중 많은 이가 그 길에서 길고 또 깊은 죽음의 골짜기를 통과해야 했다.
그러나 산정에 올라서야 비로소 — 우리가 오를 더 많은 산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감옥을 떠나 자유를 향해 걸어 나오는 그 문을 지나면서 나는 알았다 — 만약 내가 나의 분노와 원망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면, 나는 여전히 감옥 안에 있다는 것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억압자가 자발적으로 자유를 주는 일은 결코 없다 — 그것은 억압받는 자가 요구해서만 얻어진다."

"한 곳에서의 불의는, 어디에서나 정의를 위협한다."

빅터 프랭클 — 『죽음의 수용소에서』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어도, 단 한 가지는 빼앗을 수 없다 —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자유, 자신의 길을 선택할 자유."

→ 가장 깊은 자유의 정의. 외부의 모든 것을 빼앗긴 사람에게도 남는 자유.

토마스 제퍼슨 — 미국 독립선언서

"우리는 이 진리들을 자명한 것으로 여긴다 —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일정한 권리를 부여받았다는 것을. 그 가운데에는 생명, 자유, 그리고 행복의 추구가 있다."

패트릭 헨리 (Patrick Henry, 1775)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

에리히 프롬 (Erich Fromm) — 『자유로부터의 도피』

"현대인은 외적 권위로부터는 자유로워졌다 — 그러나 그것은 그를 더 외롭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이 어렵게 얻은 자유로부터 도피하려 한다."

"진정한 자유란 '~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가 아니라, '~을 향한 자유(freedom to)'다."

알베르 카뮈 — 『반항하는 인간』

"자유롭다는 것은 자유롭지 않은 사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Freedom is the right not to lie."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대심문관」

"인간에게 자유보다 더 무거운 짐은 없다.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자유를 누군가에게 양도하려 한다."

→ 자유가 왜 그토록 자주 포기되는지에 대한 가장 정직한 통찰.


💭 한 가지 통찰

자유에 관한 동서고금의 사유는 세 갈래로 정리된다.

갈래 1 — 외부로부터의 자유 (Freedom From)

출처 한 줄
J.S. 밀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는 한, 누구도 나의 선택을 막을 수 없다
만델라 27년 감옥에서 걸어 나온 자유
김수영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다
패트릭 헨리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갈래 2 — 내면의 자유 (Freedom Within)

출처 한 줄
에픽테토스 자유는 욕망을 채움이 아니라 없앰으로써 얻어진다
칸트 자유는 자기 자신이 세운 법을 따르는 능력
장자 소요유(逍遙遊) —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거님
노자 자연(自然) — 스스로 그러함
빅터 프랭클 모든 것을 빼앗긴 자에게도 남는 단 하나의 자유

갈래 3 — 무엇을 향한 자유 (Freedom For)

출처 한 줄
에리히 프롬 '~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을 향한 자유'
한나 아렌트 자유는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능력
갈라디아서 자유로 서로 종노릇 하라 — 사랑이 자유의 목적
한용운 복종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선택하는 자유
함석헌 자유는 책임을 지는 일이다

한 가지 결론

세 갈래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우리는 외부의 사슬에서 풀려나야 하고(갈래 1), 내면의 욕망에서 풀려나야 하며(갈래 2),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자기가 진정으로 향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다(갈래 3).

세 갈래를 한 사람의 입에서 들으면 — 함석헌이 된다.

"자유란 책임을 지는 일이다. 책임을 지지 않고서는 자유는 없다."

그리고 김수영의 「풀」 한 연이 — 동서양의 모든 자유관을 한 폭의 그림으로 압축한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권력의 바람에 눕는 것 — 외부에 의한 제약(갈래 1)이다. 그러나 다시 일어서고 웃는 것 — 그것은 내면의 자유(갈래 2)이며, 동시에 무엇을 향한 의지(갈래 3)다.

자유는 결국, 누우면서도 다시 일어서기를 멈추지 않는 일이다.


출처

第 13 장

🦉지혜

지식은 무엇을 말해야 할지를 알려주고, 지혜는 그것을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알려준다.


🦉 무지(無知)의 자각 — 지혜의 출발점

소크라테스 (Socrates, BC 470–399)

"내가 아는 단 한 가지는 —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The only true wisdom is in knowing you know nothing."

→ 서양 지혜론의 출발점. 진정한 지혜는 자신의 무지를 자각하는 데서 시작된다.

공자 — 『논어』 위정편(爲政篇)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 그것이 곧 아는 것이다."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

→ 소크라테스보다 100년 앞서, 같은 통찰에 도달한 동양의 한 줄. 모름을 모름으로 인정하는 정직함이 지혜의 첫 조건이다.

노자 — 『도덕경』 71장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것이 가장 좋고, 모르면서 안다고 하는 것은 병이다."

知不知, 上. 不知知, 病 (지부지, 상. 부지지, 병).


🌊 자기를 아는 지혜

델포이 신탁

"너 자신을 알라."

γνῶθι σεαυτόν (gnōthi seauton).

→ 그리스 델포이 아폴론 신전 입구에 새겨져 있었다는 한 줄.

노자 — 『도덕경』 33장

"남을 아는 자는 지혜롭고, 자기를 아는 자는 밝다.
남을 이기는 자는 힘이 있고, 자기를 이기는 자가 강하다."

知人者智, 自知者明.
勝人者有力, 自勝者強.

→ 델포이의 한 줄과 정확히 같은 지점에 도달한 동양의 한 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외부를 들여다보지 말라. 진리의 샘은 네 안에 있다."

융 (Carl Jung)

"무의식을 의식으로 만들지 않으면, 무의식이 너의 삶을 이끌게 되고 — 너는 그것을 운명이라 부르게 된다."


🍃 동양의 지혜 — 인(仁)과 도(道)

공자 — 『논어』 위정편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공자 — 『논어』 위정편 — 자기 인생의 단계

"나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志學),
서른에 섰으며(而立),
마흔에는 흔들리지 않았고(不惑),
쉰에는 천명을 알았으며(知天命),
예순에는 귀가 순해졌고(耳順),
일흔에는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따라도 도(道)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 인간 성숙의 가장 오래된 지도(地圖).

공자 — 죽기 전 마지막 말씀 (전해지는 바)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

→ 73세까지 산 공자가 임종 전에 남겼다는 한 줄. 지혜는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배워가는 일이다.

노자 — 『도덕경』 45장

"큰 지혜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

大智若愚 (대지약우).

노자 — 『도덕경』 56장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知者不言, 言者不知.

장자 — 「제물론(齊物論)」

"우리의 삶에는 끝이 있지만, 앎에는 끝이 없다.
끝이 있는 것으로 끝이 없는 것을 좇으니, 위태로울 뿐이다."

吾生也有涯, 而知也無涯. 以有涯隨無涯, 殆已.

→ 지혜의 한 형식 — 앎의 한계를 아는 일.

부처 — 『법구경』

"어리석은 자는 자신이 어리석다는 것을 알면, 그것으로 적어도 지혜로워진다.
그러나 자신을 지혜롭다고 여기는 어리석은 자는 — 진실로 어리석은 자다."

"천 마디 무의미한 말보다,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는 한 마디가 낫다."


📖 솔로몬과 잠언의 지혜

잠언 1:7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거늘 — 미련한 자는 지혜와 훈계를 멸시하느니라."

잠언 4:7

"지혜가 제일이니, 지혜를 얻으라. 무릇 네가 얻은 것을 가지고 명철을 얻을지니라."

잠언 9:10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니라."

잠언 13:20

"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고, 미련한 자와 사귀면 해를 받느니라."

전도서 1:18

"지혜가 많으면 번뇌도 많으니, 지식을 더하는 자는 근심을 더하느니라."

→ 지혜의 어두운 그늘을 정직하게 인정한 한 줄. 솔로몬 자신의 고백.


🇰🇷 한국의 지혜 — 옛 선비들

율곡 이이 (李珥, 1536–1584) — 『격몽요결(擊蒙要訣)』

"처음 배우는 자는 먼저 뜻을 세워야 한다.
반드시 성인(聖人)이 되겠다는 뜻을 세우고, 한 호리(毫釐)도 자신을 작게 여기지 말라."

初學, 先須立志. 必以聖人自期, 不可有一毫自小退托之念.

퇴계 이황 (李滉, 1501–1570) — 「자성록(自省錄)」

"배움이란 마음에 두는 것이다 — 입에 두는 것이 아니다.
행함이 없는 앎은 진정한 앎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 (丁若鏞, 1762–1836) — 강진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

**"폐족(廢族)이 되었다 해서 자포자기하지 말아라.
진정한 양반은 오직 책을 읽는 사람이다 — 그 외의 모든 것은 다 헛것이다.

가난과 어려움은 너를 단련시키는 숫돌이니, 그 위에서 너의 날을 갈아라."**

→ 18년 유배의 한복판에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한국적 지혜의 한 정수.

김구 (1876–1949) — 『백범일지』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한용운 — 「알 수 없어요」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 서양의 실천적 지혜

아리스토텔레스 — 『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는 지혜를 두 가지로 구분했다.

소피아(σοφία) — 영원한 진리에 대한 이론적 지혜.
프로네시스(φρόνησις) — 구체적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실천적 지혜.

"덕이 무엇인지 안다고 해서 덕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 그것을 실천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탁월함이란 행위가 아니라 습관이다."

헤라클레이토스 (Heraclitus, BC 535–475)

"성격이 곧 운명이다."

Ἦθος ἀνθρώπῳ δαίμων.

"많이 안다고 지혜가 길러지지 않는다."

세네카

"지혜를 얻는 데에는 단 하나의 방법이 있으나, 그것을 잃는 데에는 수많은 방법이 있다."

라인홀드 니버 (Reinhold Niebuhr) — 「평온함의 기도」

"하느님,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그 둘을 구별하는 지혜를 주소서."

"God, grant me the serenity to accept the things I cannot change, the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I can, and the wisdom to know the difference."

→ 20세기에 도달한 가장 깊은 지혜의 정의 중 하나.


🍂 좀 더 긴 호흡의 글

T. S. 엘리엇 — 「반석(The Rock)」

"우리가 지식 속에서 잃은 지혜는 어디 있는가?
우리가 정보 속에서 잃은 지식은 어디 있는가?"

"Where is the wisdom we have lost in knowledge? Where is the knowledge we have lost in information?"

→ 정보 과잉의 시대에 1934년에 이미 던져진 질문. 정보·지식·지혜는 같은 것이 아니다.

칼릴 지브란 — 『예언자』 「가르침에 관하여」

**"어떤 가르침도 — 그대 안의 지식의 새벽이 이미 절반은 잠들어 있던 것을 일깨워 줄 뿐이다.

신전의 그늘 아래 제자들 사이를 거니는 스승은, 그의 지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 그의 믿음과 사랑을 주는 것이다.

그가 진실로 지혜로운 자라면, 그는 그대를 자기의 지혜의 집으로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 그대 자신의 마음의 문턱으로 인도한다."**

빅터 프랭클 — 『의미를 향한 인간의 탐구』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거의 모든 것을 견딜 수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은 — 우리가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

"내일 죽을 것처럼 살아라. 영원히 살 것처럼 배워라."

류시화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진정한 스승은 답을 주지 않는다. 그는 다만 — 우리가 진작 자기 안에 가지고 있던 답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헤르만 헤세 — 『싯다르타』

"지식은 전할 수 있지만 — 지혜는 전할 수 없다.
지혜는 발견되어야 하고, 살아져야 하며, 그것에 의해 우리가 운반되어야 한다.
지혜는 그것을 말하려는 모든 시도 안에서, 언제나 어리석은 것처럼 들린다."

→ 헤세가 도달한 지혜에 대한 가장 정직한 진술. 지혜는 말로 전해지지 않는다.


💭 한 가지 통찰

지혜에 관한 동서고금의 사유는 네 가지 발견으로 정리된다.

발견 1 — 지혜는 자신의 무지를 아는 데서 시작된다

출처 한 줄
소크라테스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뿐
공자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노자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것이 가장 좋다
부처 자신을 어리석다고 아는 자가 적어도 지혜롭다

발견 2 — 지혜는 남을 아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아는 것이다

출처 한 줄
델포이 너 자신을 알라
노자 자기를 아는 자가 밝다 (自知者明)
무의식을 의식으로 만들지 않으면, 그것이 너의 운명이 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진리의 샘은 네 안에 있다

발견 3 — 지혜는 정보·지식과 다른 차원의 것이다

출처 한 줄
T.S. 엘리엇 지식 속에 잃은 지혜는 어디 있는가
헤르만 헤세 지식은 전할 수 있지만 지혜는 전할 수 없다
공자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다
퇴계 이황 행함이 없는 앎은 진정한 앎이 아니다

발견 4 — 지혜는 실천이며, 끝없는 배움이다

출처 한 줄
아리스토텔레스 탁월함은 행위가 아니라 습관이다
공자 임종 직전 —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
간디 영원히 살 것처럼 배워라
다산 정약용 가난과 어려움은 너를 단련시키는 숫돌이다
니버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하는 지혜를

한 가지 결론

이 네 가지 발견은 결국 한 사람의 한 줄로 압축된다 — 73세의 공자가 임종 직전 남겼다는 한 줄.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

지혜란 도달하는 자리가 아니다. 끝없이 도달하려는 태도 자체가 지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서양 두 줄을 나란히 놓는다.

소크라테스 (BC 5세기):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뿐이다.

공자 (BC 6세기):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 — 그것이 아는 것이다.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없다. 그러나 거의 같은 시대, 지구의 양 끝에서, 정확히 같은 자리에 도달했다. — 지혜의 첫 걸음은 자신의 무지를 정직하게 인정하는 일이라는 발견.

이것이 인류 정신사 가장 위대한 우연의 일치이며 — 또한 가장 깊은 필연이다.


출처

第 14 장

⛰️인내

가장 강력한 두 전사는 — 인내와 시간이다. — 톨스토이


⏳ 인내의 힘 — 두 전사

레프 톨스토이 (Leo Tolstoy, 1828–1910) — 『전쟁과 평화』

"가장 강력한 두 전사는 — 인내와 시간이다."

"The two most powerful warriors are patience and time."

→ 인내는 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시간과 함께 일하는 가장 강한 자의 무기다.

공자 — 『논어』 자한편(子罕篇)

"멈추지 않는 한 — 천천히 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It does not matter how slowly you go as long as you do not stop.

발자크 (Honoré de Balzac, 1799–1850)

"모든 인간적 힘은 — 인내와 시간의 조합이다."

새뮤얼 존슨 (Samuel Johnson, 1709–1784)

"위대한 일은 강력함에 의해서가 아니라 — 끈기에 의해 이루어진다."

"Great works are performed, not by strength, but by perseverance."

아리스토텔레스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Patience is bitter, but its fruit is sweet."


🏛️ 스토아 — 길을 막는 것이 곧 길이 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명상록』

"길을 가로막는 것이 — 곧 길이 된다.
행동을 방해하는 장애가, 행동을 진전시킨다."

"The impediment to action advances action. What stands in the way becomes the way."

→ 라이언 홀리데이가 책 한 권의 제목으로 삼은 한 줄. 장애물 자체를 길로 삼는 스토아적 인내의 정수.

"네가 견딜 수 있는 것이라면 — 그것을 견뎌라. 불평하기를 그쳐라."

"너는 외부의 사건이 아니라 — 너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만 힘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깨달으라. 그러면 너는 힘을 얻을 것이다."

에픽테토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 우리를 흔드는 것이 아니다 — 그것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우리를 흔든다.
그리고 우리의 반응을 선택할 자유는 — 늘 우리에게 있다."

세네카

"많은 사람들이 행운을 견뎌내지 못한다. 그러나 진정한 강함은 — 행운이 떠난 자리에서도 변함없이 서 있는 것이다."


🍃 동양의 인내 — 우공이산과 마부작침

『열자(列子)』 — 우공이산(愚公移山)

나이 아흔의 우공이 집 앞을 가로막은 두 산을 옮기려 한다고 하자, 이웃이 비웃었다.

"내가 죽어도 자식이 있고, 자식이 죽어도 손자가 있다.
그렇게 자손이 끝없이 이어지는데, 산은 더 자라지 않으니 — 어찌 옮기지 못하겠는가."

산신이 이 말을 듣고 두려워, 마침내 천제(天帝)에게 청해 산을 옮겨 주었다고 한다.

우공이산(愚公移山) — 어리석어 보일 만큼 우직한 끈기가 결국 산을 옮긴다.

이백 (李白) — 마부작침(磨斧作針)

젊은 이백이 공부에 싫증이 나서 산을 내려오다, 한 노파가 도끼를 갈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백: "할머니,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노파: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려 하네."
이백: "어찌 도끼를 갈아 바늘이 되겠습니까?"
노파: "그치지 않으면 된다네."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 이백은 깨닫고 다시 산으로 돌아가 공부했다고 한다.

노자 — 『도덕경』 64장

"천 리 길도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
아름드리 나무도 가는 새싹에서 자란다."

千里之行, 始於足下.
合抱之木, 生於毫末.

공자 — 『논어』 자한편

"비유컨대 산을 만들 때 — 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라 멈춘다면, 그것은 내가 멈춘 것이다.
비유컨대 땅을 평탄하게 할 때 — 한 삼태기의 흙을 부었다면, 나아간 것이다."

譬如爲山, 未成一簣, 止, 吾止也.
譬如平地, 雖覆一簣, 進, 吾往也.

→ 멈춤도 나의 선택, 나아감도 나의 선택. 인내는 한 삼태기씩의 누적이다.

부처 — 『법구경』

"물방울이 거듭 떨어져 항아리를 채우듯, 지혜로운 자는 작은 선(善)을 쌓아 가득해진다."

"인내는 가장 높은 고행이다."

Khantī paramaṃ tapo.

→ 부처의 가르침 가운데 인내(khanti)는 여섯 가지 바라밀(波羅蜜)의 하나로 꼽힌다.


🇰🇷 한국의 인내 — 한 호흡으로 견디는 힘

안중근 (1879–1910) — 옥중 유묵

뤼순 감옥에서 사형을 앞두고 남긴 글씨 중 한 점.

"백 번을 참는 집안에 큰 화평이 있다."

百忍堂中有泰和 (백인당중유태화).

→ 처형을 앞둔 사람이 남긴 한 줄. 인내는 결국 화평을 낳는다는, 가장 비싼 값으로 검증된 가르침.

한석봉 어머니 — 떡 썰기

조선 명필 한석봉이 글공부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어머니가 불을 끄고 말했다.

"나는 떡을 썰겠으니, 너는 글씨를 써 보아라."

불을 켜고 보니, 어머니가 어둠 속에서 썬 떡은 가지런했고, 한석봉의 글씨는 비뚤어져 있었다. 그는 다시 산에 들어가 공부했다.

→ 한국식 인내의 가장 유명한 일화. 반복으로만 얻어지는 정확함이 있다.

도산 안창호 (1878–1938)

"낙망(落望)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기는 날이 있다.
우리는 다만 — 묵묵히 그날을 향해 가는 것뿐이다."

→ 안창호의 무실역행(務實力行) — 실(實)에 힘쓰고 행함에 힘씀.

한용운 — 「인고(忍苦)」 산문

"우리가 견디는 것은, 견뎌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 견딘 끝에 빛이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도종환 — 「담쟁이」 (재인용)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 "서두르지 않고"가 인내의 핵심이다.

박노해 — 「다시」

"다시 일어서서
다시 걸어가야 한다.
다시는 없다는 절망 속에서
다시,
다시 시작이다."

김구 (1876–1949) — 『백범일지』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말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 서산대사의 시이나, 김구가 평생 좌우명으로 삼은 한 줄.


📖 잠언과 성경

로마서 5:3–4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야고보서 1:3–4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

누가복음 21:19

"너희의 인내로 너희의 영혼을 얻으리라."

잠언 16:32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

전도서 7:8

"일의 끝이 시작보다 낫고, 참는 마음이 교만한 마음보다 나으니라."


🍂 좀 더 긴 호흡의 글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인내가 모든 것입니다.
마음 속에서 미해결로 남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십시오.
그리고 그 질문들 자체를 사랑하려고 노력해 보십시오 — 잠긴 방처럼, 외국어로 쓰인 책처럼.

지금 답을 찾으려 하지 마십시오. 답은 주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대가 지금 그것을 살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 모든 것을 살아내는 것입니다.
지금 그 질문들을 살아내십시오.
그러면 점차, 어느 먼 미래의 어느 날, 그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 그대는 답 속으로 살아 들어가 있을 것입니다."**

→ 인내에 관해 쓰인 가장 깊은 한 단락 중 하나. "답 속으로 살아 들어간다" 는 표현은 다른 언어로 옮기기 어려운 한 줄이다.

빅터 프랭클 — 『죽음의 수용소에서』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어도 — 단 한 가지는 빼앗을 수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자유.
자신의 길을 선택할 자유."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거의 모든 것을 견딜 수 있다."

토머스 에디슨 (Thomas Edison, 1847–1931)

"많은 인생의 실패자들은 — 자신이 포기했을 때 성공이 얼마나 가까웠는지를 깨닫지 못한 사람들이다."

"Many of life's failures are people who did not realize how close they were to success when they gave up."

헬렌 켈러

"인격은 안락한 가운데서 키워지지 않는다.
시련과 고통의 경험을 통해서만 영혼은 강해지고, 야망은 영감을 받으며, 성공이 성취된다."

윈스턴 처칠 (Winston Churchill, 1941년 해로스쿨 연설)

"결코 굴복하지 말라 — 결코, 결코, 결코, 결코. 큰 일에도 작은 일에도, 거대한 일에도 사소한 일에도.
명예와 양심의 신념에 대한 것이 아니라면 결코 굴복하지 말라."

"Never give in. Never give in. Never, never, never, never."

마하트마 간디

"진리에 인내가 더해지면 — 그 어떤 폭력도 이길 수 있다."

알베르 카뮈

"산정(山頂)을 향한 투쟁 그 자체만으로 인간의 마음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
시지프가 행복하다고 상상해야 한다."

→ 결과가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도, 그 일을 계속하기로 결단하는 자 — 그가 가장 깊은 인내의 인간이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도덕적 우주의 호(弧)는 길다. 그러나 그것은 정의 쪽으로 휘어진다."

"The arc of the moral universe is long, but it bends toward justice."

→ 가장 긴 호흡의 인내 — 한 세대로 보이지 않을지라도, 결국 휘어 간다는 믿음.


💭 한 가지 통찰

인내에 관한 동서고금의 사유는 세 가지 발견으로 정리된다.

발견 1 — 인내는 약함이 아니라 가장 강한 자의 무기다

출처 한 줄
톨스토이 가장 강력한 두 전사는 인내와 시간
발자크 모든 인간의 힘은 인내와 시간의 조합
새뮤얼 존슨 위대한 일은 강력함이 아니라 끈기에 의해
간디 진리에 인내가 더해지면 어떤 폭력도 이긴다

발견 2 — 인내는 한 호흡, 한 걸음의 누적이다

출처 한 줄
공자 멈추지 않는 한, 천천히 가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노자 천 리 길도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
이백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 — 그치지 않으면 된다
우공 자손이 끝없이 이어지는데 산은 자라지 않으니, 어찌 옮기지 못하겠는가
에디슨 많은 실패자는 성공이 얼마나 가까웠는지 모른 채 포기한 사람

발견 3 — 가장 깊은 인내는 답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계속하는 일이다

출처 한 줄
릴케 답 속으로 살아 들어갈 때까지, 질문 자체를 살아내라
카뮈 시지프가 행복하다고 상상해야 한다
MLK 도덕적 우주의 호(弧)는 길다. 그러나 정의 쪽으로 휘어진다
안중근 백 번을 참는 집안에 큰 화평이 있다
김구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

한 가지 결론

세 가지 발견을 한 점으로 모으면, 인내의 가장 정직한 정의가 드러난다.

인내란 — 결과가 보이지 않을 때에도, 매일 한 걸음씩, 멈추지 않는 일.

그리고 동서양의 두 줄을 나란히 놓는다.

공자 (BC 5세기): "멈추지 않는 한, 천천히 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틴 루터 킹 (1960s): "도덕적 우주의 호(弧)는 길다. 그러나 그것은 정의 쪽으로 휘어진다."

2500년의 시간을 두고, 한 사람은 학문에 대해, 다른 한 사람은 정의에 대해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같은 진실을 가리킨다 — 시간 자체가 우리의 편이 되는 순간이 있다. 다만 우리가 그때까지 멈추지 않아야 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비싼 값으로 검증된 한 줄을 남긴다.

"백 번을 참는 집안에 큰 화평이 있다 (百忍堂中有泰和)." — 안중근

사형 직전의 사람이, 떨림 없는 손으로 쓴 글씨.


출처

第 15 장

🌟꿈과 이상

모든 사람은 꿈을 꾼다. 그러나 똑같이 꾸지 않는다. 낮에 꿈꾸는 자는 위험한 사람이다 — 그들은 눈을 뜬 채로 자기 꿈을 실현시키기 때문이다. — T. E. 로렌스


🌟 두 가지 꿈 — 밤의 꿈과 낮의 꿈

T. E. 로렌스 (Lawrence of Arabia, 1888–1935) — 『지혜의 일곱 기둥』 서문

**"모든 사람은 꿈을 꾼다. 그러나 똑같이 꾸지는 않는다.
밤의 어두운 구석에서 꿈을 꾸는 자들은 — 새벽에 깨어 그 꿈이 헛된 것이었음을 안다.

그러나 낮에 꿈꾸는 자들은 — 위험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눈을 뜬 채로 자기 꿈을 실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었다."**

"All men dream, but not equally. Those who dream by night in the dusty recesses of their minds wake in the day to find that it was vanity; but the dreamers of the day are dangerous men, for they may act on their dreams with open eyes, to make them possible."

→ 모든 꿈에 관한 명언 중 가장 정확한 한 단락. 낮에 꿈꾸는 자(day dreamer) — 눈을 감지 않고도 자신의 꿈을 본 채로 걷는 사람.


🚪 꿈을 향한 출발

엘리너 루스벨트 (Eleanor Roosevelt, 1884–1962)

"미래는 — 자신의 꿈의 아름다움을 믿는 사람들의 것이다."

"The future belongs to those who believe in the beauty of their dreams."

괴테 (Goethe, 1749–1832)

"작은 꿈을 꾸지 말라 — 작은 꿈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힘이 없다."

"Dream no small dreams, for they have no power to move the hearts of men."

헨리 데이비드 소로 — 『월든』

"너의 꿈의 방향으로 자신감 있게 나아가라!
네가 상상해 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라!
그러면 너는 평범한 시간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성공을 — 만나게 될 것이다."

"Go confidently in the direction of your dreams! Live the life you've imagined."

칼 샌드버그 (Carl Sandburg)

"꿈이 먼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Nothing happens unless first a dream."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1890) —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나는 내 꿈을 그린다. 그러고는 그 꿈을 그린다."

"I dream my painting, and then I paint my dream."


🌹 시인의 꿈 — 가장 부드러운 한 줄

W. B. 예이츠 (William Butler Yeats, 1865–1939) — 「하늘의 천을 원하며」

"가난한 나에게는 오직 꿈만이 있을 뿐.
나는 내 꿈을 그대의 발아래 펼쳤습니다.
부디 사뿐히 밟아 주십시오 — 그대가 밟고 있는 것은 나의 꿈이니까."

"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 / Trea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

랭스턴 휴스 (Langston Hughes, 1902–1967) — 「꿈(Dreams)」

**"꿈을 굳게 잡아라.
만약 꿈이 죽으면,
삶은 — 날개 부러진 새와 같아,
날 수 없게 된다.

꿈을 굳게 잡아라.
만약 꿈이 떠나면,
삶은 — 얼어붙은 황량한 들판과 같아진다."**

"Hold fast to dreams / For if dreams die / Life is a broken-winged bird / That cannot fly."

에밀리 디킨슨 — 「만일 내가 한 마음의 비통을 막을 수 있다면」

**"내가 한 마음의 비통을 막을 수 있다면,
나는 헛되이 살지 않았으리.

내가 한 사람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다면,
또는 한 마리 기절한 울새를
둥지로 돌려보낼 수 있다면,
나는 헛되이 살지 않았으리."**

→ 가장 작은 이상의 가장 단단한 진술.


🇰🇷 한국의 꿈 — 김구의 두 줄

김구 (1876–1949) — 『백범일지』 「나의 소원」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하느님이 내게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이오' 할 것이요,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세 번째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단단한 꿈의 진술. 같은 답을 세 번 반복한 한 단락.

김구 —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 한국이 도달한 가장 깊은 국가적 이상. "가장 부강한"이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을 원한 한 사람의 꿈.

도산 안창호 (1878–1938)

**"낙망(落望)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

우리 청년은 — 작은 일에 충성하고, 큰 일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진실로써 행하라.
그것이 우리의 길이다."**

함석헌 (咸錫憲, 1901–1989) — 『뜻으로 본 한국역사』

**"고난(苦難)이야말로 한국이 쓰는 가시 면류관이다.
그러나 그 면류관 안에는 — 어쩌면 인류 전체를 위한 한 가지 뜻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작아서 큰 것이 아니라 — 작아서 아름다울 수 있다."**

윤동주 (1917–1945) —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 한국어로 쓰인 가장 정직한 이상의 진술. 거창한 사명이 아니라 — "한 점 부끄럼 없이" 라는 한 줄.

윤동주 — 「별 헤는 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식민지 청년의 가장 작은 이상의 목록. 추억, 사랑, 쓸쓸함, 동경, 시, 어머니.

신영복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옥담 너머의 자유가 자유의 전부는 아닙니다.
옥담 안의 자유도 자유이며, 더 작은 자유일수록 더 큰 꿈을 품을 수 있습니다."


🏛️ 이상주의 — 가장 오래된 꿈들

플라톤 — 『국가』

"국가에 정의가 깃들기 전에 — 한 사람의 영혼 안에 먼저 정의가 깃들어야 한다."

→ 플라톤의 이상국가(politeia)는 사회 개혁이 아니라 개인 영혼의 질서에서 시작된다.

토마스 모어 (Thomas More) — 『유토피아』 (1516)

모어가 만들어낸 그리스어 합성어 유토피아(Utopia) 는 두 가지 뜻을 동시에 갖는다 — eu-topia(좋은 곳)이자 ou-topia(어디에도 없는 곳).

이상이란, 그 본질에서 — '좋은 곳'이자 동시에 '어디에도 없는 곳'이다.
그것이 이상의 운명이며, 동시에 그 힘이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 (Cervantes) — 『돈키호테』

**"이성이 깊이 잠든 동안, 한 미친 사람이 — 풍차를 거인이라 부르며 자기의 창을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세상은 알게 되었다 —
풍차가 변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풍차 앞에서 꿈꾸기를 그만두었을 뿐이라는 것을."**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며,
견딜 수 없는 슬픔을 견디고,
닿을 수 없는 별에 닿고자 하는 것 — 그것이 나의 길이다."

— 뮤지컬 『라만차의 사나이(Man of La Mancha)』의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으로 다시 태어난 한 단락.


✨ 마틴 루터 킹의 꿈

마틴 루터 킹 주니어 (Martin Luther King Jr.) — 워싱턴 행진 연설, 1963년 8월 28일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일어나, 그 신조의 진정한 의미를 살아내는 그날이 오리라는 — 그런 꿈입니다.
'우리는 이 진리를 자명한 것으로 여긴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조지아의 붉은 언덕에서, 예전 노예의 아들들과 예전 노예 주인의 아들들이 — 형제애의 식탁에 함께 앉을 수 있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내 네 명의 어린 아이들이 — 그들의 피부색이 아니라, 그들 인격의 내용에 의해 판단되는 나라에 살게 되리라는 꿈입니다."**

"꿈을 꾸는 자는 죽일 수 있어도, 꿈 자체는 죽일 수 없다."


🍃 동양의 꿈 — 도화원과 호접지몽

도연명 — 「도화원기(桃花源記)」

어부가 길을 잃고 복숭아꽃 가득한 골짜기에 들어선다. 그곳에는 진(秦)나라 때 난리를 피해 들어온 사람들이 살고 있었으니, 바깥세상의 흥망성쇠를 알지 못한 채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황금빛 들판에 닭과 개의 소리가 들리고, 남녀의 옷차림은 모두 바깥세상의 것 같았다.
노인과 어린아이가 모두 흐뭇하게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들이 어부에게 말했다 — '이 안의 일을 바깥 사람에게 말하지 말아 주십시오.'"**

→ 동양적 이상향의 원형. 모어의 「유토피아」보다 1100년 앞선 글.

장자 — 「호접지몽(胡蝶之夢)」

"옛날 장주(莊周)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였으니, 스스로 즐겁고 마음에 맞는다 여기며, 자신이 장주임을 알지 못했다.
갑자기 깨어나니, 놀랍게도 장주였다.
그러나 알지 못하겠다 —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를."

→ 꿈과 현실의 경계 자체를 흔드는 동양적 꿈론.

공자 — 『논어』 술이편

공자가 늙어가며 한탄했다.

"심하구나, 나의 노쇠함이여 — 내가 다시 주공(周公)을 꿈에서 뵙지 못한 지가 오래되었구나."

甚矣吾衰也. 久矣吾不復夢見周公.

→ 평생 꿈에까지 주공을 만났던 한 사람. 이상은 평생의 꿈에까지 침투해야 한다는 한 줄.


📖 잠언과 성경

요엘 2:28

"내가 내 영을 만민에게 부어 주리니, 너희 자녀들은 장래 일을 말할 것이며, 너희 늙은이는 꿈을 꾸며, 너희 젊은이는 이상을 볼 것이며."

잠언 29:18

"묵시(默示)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하거니와, 율법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느니라."

→ "묵시(vision)" — 비전 없는 백성은 흩어진다.

하박국 2:2–3

"여호와께서 내게 대답하여 가라사대, 너는 이 묵시를 기록하여 판에 명백히 새기되 — 달려가면서도 읽을 수 있게 하라.
이 묵시는 정한 때가 있나니, 그 종말이 속히 이르겠고 결코 거짓되지 아니하리라.
비록 더딜지라도 기다리라. 반드시 응하리라. 지체되지 아니하리라."

→ 이상이 더디게 이루어질 때, 가장 위로가 되는 한 구절.


🍂 좀 더 긴 호흡의 글

헬렌 켈러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은 — 시력은 있지만 비전(vision)이 없는 사람이다."

"The only thing worse than being blind is having sight but no vision."

빅터 위고 (Victor Hugo, 1802–1885)

"우리는 이상(理想)이 무엇인지 결코 알지 못하는 채로 — 다만 그것에 의해 끌려갈 뿐이다.
하늘에 별이 있는 한, 그 별을 향해 걷는 자가 있을 것이다.
비록 그 별에 결코 닿지 못한다 할지라도."

에밀 졸라 (Émile Zola)

"이상을 향한 행진이 너무 느리다면 — 그 행진을 멈추라는 뜻이 아니라, 더 빨리 걸으라는 뜻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 『두이노의 비가』

"모든 천사는 두렵다.
그러나, 슬프게도, 나는 너희들을 부른다 — 거의 죽음 같은 영혼의 새들이여.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 그저 사랑할 뿐이다."

빅터 프랭클

"인간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 긴장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기에게 가치 있는 목표를 향해 분투하는 일이다.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은 —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긴장의 해소가 아니라, 의미 있는 사명이다."

짐 엘리엇 (Jim Elliot, 1927–1956) — 일기

"잃을 수 없는 것을 얻기 위해 —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을 내려놓는 자는, 결코 어리석은 자가 아니다."

"He is no fool who gives what he cannot keep to gain what he cannot lose."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 『인간의 대지』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다 — 미래는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나무를 모으라 하지 말고 일을 나누라고 명령하지도 말라.
그저 그들에게 — 광활하고 끝없는 바다를 향한 동경을 가르쳐라."

→ 한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명령이 아니라, 마음 안에 일어난 이다.

호아킨 페닉스 (Joaquin Phoenix) — 2020년 오스카상 수상 소감

"우리가 가장 위대한 우리 자신이 될 때 —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의 가장 위대한 자신이 되도록 돕는다."


💭 한 가지 통찰

꿈과 이상에 관한 동서고금의 사유는 세 가지 발견으로 정리된다.

발견 1 — 꿈은 두 가지가 있다. 밤의 꿈과 낮의 꿈

출처 한 줄
T. E. 로렌스 낮에 꿈꾸는 자는 위험하다. 그들은 눈을 뜬 채로 자기 꿈을 실현시킨다
반 고흐 나는 내 꿈을 그린다. 그러고는 그 꿈을 그린다
MLK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나는 행동했습니다

밤의 꿈은 깨면 사라진다. 낮의 꿈은 — 깨어 있을 때만 보이는 꿈이다.

발견 2 — 이상은 "어디에도 없는 곳"이지만, 우리를 끌어당기는 별이다

출처 한 줄
토마스 모어 유토피아 — 좋은 곳(eu-topia)이자 어디에도 없는 곳(ou-topia)
빅토르 위고 별에 결코 닿지 못해도, 그 별을 향해 걷는 자가 있다
돈키호테 닿을 수 없는 별에 닿고자 하는 것, 그것이 나의 길이다
하박국 비록 더딜지라도 기다리라. 반드시 응하리라

발견 3 — 가장 큰 꿈은 가장 작은 한 줄에서 시작된다

출처 한 줄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에밀리 디킨슨 한 사람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다면, 나는 헛되이 살지 않았으리
김구 가장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나라를
함석헌 우리는 작아서 큰 것이 아니라, 작아서 아름다울 수 있다
생텍쥐페리 사람들에게 바다를 향한 동경을 가르쳐라

한 가지 결론

세 가지 발견을 한 점에 모으면, 꿈의 가장 정직한 정의가 드러난다.

꿈이란 — 닿지 못할지 모르는 별을 향해, 오늘 한 걸음을 옮기는 일.

그리고 동서양의 두 줄을 나란히 놓는다.

돈키호테 (1605, 스페인): 닿을 수 없는 별에 닿고자 하는 것, 그것이 나의 길이다.

윤동주 (1941, 만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세르반테스가 풍차에 창을 들이댄 미친 기사를 그린 지 336년 뒤, 한 동양의 청년 시인이 별 헤는 밤에 일기장에 쓴 한 줄. 시대도, 나라도, 언어도 달랐지만 두 사람은 같은 자리를 가리키고 있었다 —

이상이란, 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 그것을 향해 걸을 때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T. E. 로렌스의 한 줄을 다시 남기며 이 문서를 닫는다.

"낮에 꿈꾸는 자들은 위험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눈을 뜬 채로 자기 꿈을 실현시키기 때문이다. — 나도 그런 사람이었다."

부디 — 그대도 그런 사람이기를.


출처

第 16 장

🎨예술과 창작

예술은 — 일상의 먼지를 영혼에서 씻어낸다. — 피카소


🎨 예술이란 무엇인가 — 화가들의 정의

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 1881–1973)

"예술은 일상의 먼지를 영혼에서 씻어낸다."

"Art washes away from the soul the dust of everyday life."

"예술은 우리로 하여금 진리를 깨닫게 하는 거짓말이다."

"Art is the lie that enables us to realize the truth."

"모든 어린이는 예술가다. 문제는, 어른이 된 후에도 어떻게 예술가로 남아 있을 수 있느냐다."

"영감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 일하고 있는 자를 찾아온다."

"Inspiration does exist, but it must find you working."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1890) —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내 마음 속에서 '너는 그릴 수 없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면 — 어떻게 해서든 그려라.
그러면 그 목소리는 잠잠해질 것이다."

"나는 내 꿈을 그린다. 그러고는 그 꿈을 그린다."

"화가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 자기 자신의 그림 앞에서 손이 떨리지 않게 되는 일이다."

미켈란젤로 (Michelangelo, 1475–1564)

"나는 대리석 속에서 천사를 보았다. 그리고 그가 자유로워질 때까지 — 돌을 깎아 냈다."

"I saw the angel in the marble and carved until I set him free."

폴 클레 (Paul Klee, 1879–1940)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Art does not reproduce the visible; rather, it makes visible."

→ 20세기 예술관의 한 정점.

마르크 샤갈 (Marc Chagall)

"위대한 예술은 결코 매끄럽지 않다. 위대한 예술은 — 손이 가지 않는 거친 자리에서 태어난다."


✍️ 글쓰는 자의 자리 — 작가들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십시오. 그리고 자신에게 물어보십시오 —
'나는 정말 써야만 하는가?'

만약 그 답이 단순하고 강하게 '그렇다'라고 울려 나온다면 —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의 삶을 이 필연 위에 세워야만 합니다."**

"예술 작품은 끝없는 고독에서 나온다. 그리고 비평이라는 것은 그 작품에 가장 적게 닿을 수 있다.
오직 사랑만이 — 그 작품을 이해하고 붙잡고 정당하게 평가할 수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글쓰기는 단순하다 — 그저 타자기 앞에 앉아 피를 흘리면 된다."

"There is nothing to writing. All you do is sit down at a typewriter and bleed."

"첫 번째 초고는 언제나 똥이다."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 —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 1904

"책이란, 우리 안에 있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여야 한다."

"A book must be the axe for the frozen sea within us."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 『백치』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Beauty will save the world."

오스카 와일드

"예술은 가장 강렬한 형태의 개인주의(individualism)다 — 세상이 알아 온 가장 강렬한 형태의."

"어떤 책도 도덕적이거나 비도덕적이지 않다. 책은 잘 쓰였거나, 잘못 쓰였거나 — 그 둘 중 하나일 뿐이다."

T. S. 엘리엇 — 「전통과 개인의 재능」

"미숙한 시인은 모방하고,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
나쁜 시인은 훔쳐 온 것을 망가뜨리고, 좋은 시인은 그것을 무엇인가 더 나은 것으로 — 적어도 다른 것으로 만든다."

안톤 체호프 — 형 알렉산드르에게 보낸 편지

"달이 빛난다고 말하지 말라 — 깨진 유리 조각에 비친 그 빛을 보여 주라."

"Don't tell me the moon is shining; show me the glint of light on broken glass."

→ 글쓰기에 관한 가장 짧고 정확한 가르침.

톨스토이 —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한 사람이 의식적으로, 외적 기호의 도움으로, 자신이 살았던 어떤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들이 그 감정에 — 전염되고, 그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 동양의 예술관 — 시와 그림이 하나로

소동파 (蘇東坡, 1037–1101) — 왕유의 그림에 대한 평

"왕유의 시를 음미하면 — 시 가운데 그림이 있고,
왕유의 그림을 보면 — 그림 가운데 시가 있다."

味摩詰之詩, 詩中有畫.
觀摩詰之畫, 畫中有詩.

시중유화, 화중유시(詩中有畵, 畵中有詩) — 동양 예술관의 한 정수. 예술 장르의 경계는 본질에서 흐릿하다.

장자 — 「양생주(養生主)」 — 포정해우(庖丁解牛)

백정 포정(庖丁)이 소를 잡는 모습은 마치 춤과 같았다. 문혜군이 그 비결을 묻자 포정이 답했다.

"신(臣)이 좋아하는 것은 도(道)이옵니다. 이는 기예(技)보다 한 단계 위입니다.
처음 소를 잡을 때에는 보이는 것이 온전한 소뿐이었습니다.
삼 년이 지나자 다시는 온전한 소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 신은 마음(神)으로써 소를 만나지,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포정해우(庖丁解牛) — 기예의 극치는 의식적 노력이 사라진 자리. 동양 예술관의 무위(無爲)적 정점.

동기창 (董其昌, 1555–1636) — 『화선실수필(畫禪室隨筆)』

"그림이란 사물을 닮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 사물의 뜻(意)을 닮게 그리는 것이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걸은 뒤에야 — 비로소 그림을 그릴 수 있다."

讀萬卷書, 行萬里路 (독만권서, 행만리로).

노자 — 『도덕경』 41장

"가장 큰 그림은 모양이 없고, 가장 큰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大象無形, 大音希聲 (대상무형, 대음희성).

→ 가장 깊은 예술은 형식 너머에 있다는 동양적 직관.

한산 (寒山) — 당대 은둔시인

"내 시(詩)는 시(詩)가 아니라 한다.
그러나 시가 아니라면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
누군가 그것을 노래로 쓸 줄만 알면 —
그 안에 글자보다 더 많은 것이 있음을 알리라."


🇰🇷 한국 예술가들의 한 줄

백석 (白石, 1912–1996) — 시론

"시(詩)는 — 한 사람의 가장 깊은 마음에서 솟아 나오는 노래이며,
동시에 한 민족의 가장 오래된 영혼의 모양이다."

김수영 — 「시여, 침을 뱉어라」 (1968, 마지막 산문)

**"시는 온몸으로 동시에 —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림자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
시의 형식은 내용에 의지하지 않고, 내용은 형식에 의지하지 않는다.

시는 — 문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민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인류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 문화이고 민족이고 인류이다."**

"모든 살아 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하다."

→ 한국 시론의 한 정점. 시는 어떤 명분에도 봉사하지 않는 — 그러나 그 자유 자체가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

박완서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작가의 말

"나는 글로써 — 결코 돌아오지 않을 것들을 다시 한 번 살아 보고 싶었다.
글이 아니었다면, 그것들은 영원히 사라졌을 것이다."

이중섭 (李仲燮, 1916–1956) — 가족에게 보낸 편지

일본인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에 보내고, 평생 가난과 그리움 속에서 그림을 그린 화가의 편지.

"태성아, 태현아. 아빠는 너희들을 그리워하며 매일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만은, 너희가 내 곁에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아빠가 그림을 그치지 않는 것을 — 너희도 잊지 말아 다오."

→ 한국 미술사에서 가장 비통한 한 줄. 그의 「소」와 「가족도」가 모두 이 그리움에서 태어났다.

김환기 (1913–1974) — 일기 (1970, 뉴욕)

"내가 그리는 점 하나는 — 한국 하늘에서 내가 본 별이다.
내가 그리는 면 하나는 — 한국 들판에서 내가 보낸 시간이다.
그것이 그리워서, 나는 그린다."

→ 그의 점·면 추상화의 비밀을 설명하는 한 줄.

박수근 (1914–1965)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리고 싶다.
그래서 나는 어린 시절 보았던 — 우리 동네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또 그린다."

천경자 (1924–2015)

"나는 결국 한 마리 슬픈 꽃이거나, 한 마리 한(恨) 많은 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슬픔 없이 — 어떤 색도 태어나지 않았다."

이상 (李箱, 1910–1937) — 「오감도」 연작 발표 후

"왜 미친놈의 잠꼬대 같은 시를 쓰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이 시대를 견디겠는가."


📖 잠언과 성경

창세기 1: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 모든 창작론의 가장 짧은 원형. 무(無)에서 유(有)를 빚는 일.

출애굽기 31:3–5

"내가 그를 하나님의 영으로 충만하게 하여, 지혜와 총명과 지식과 여러 가지 재주로 — 정교한 일을 연구하게 하며, 금과 은과 놋으로 만들게 하며."

→ 성경에서 예술적 재능을 처음으로 신의 선물로 명시한 구절. 이름 없는 장인 브살렐의 자리.

전도서 3:11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 인간이 왜 예술을 만드는지에 대한 가장 깊은 한 줄.


🍂 좀 더 긴 호흡의 글

칼릴 지브란 — 『예언자』 「일에 관하여」

**"일은 — 사랑이 보이는 형태가 된 것이다.

만약 그대가 사랑으로 일할 수 없고 단지 혐오감만으로 일한다면 — 그 일을 그만두는 편이 낫다.
그리고 신전의 문 앞에 앉아 — 즐거이 일하는 자들에게 그대의 자선을 받는 편이 낫다.

그대가 무관심으로 빵을 굽는다면, 그대는 사람들의 굶주림의 절반밖에 채워 주지 못하는 — 쓴 빵을 굽는 것이다.
그대가 못마땅한 마음으로 포도를 짠다면, 그대의 못마땅함이 포도주에 독을 부은 것이다."**

→ 모든 창작은 사랑이 보이는 형태가 되는 일이다.

마르틴 하이데거 — 『예술 작품의 근원』

"예술의 본질은 — 진리가 작품 속에 자기를 — 세우는 일이다."

예술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진리를 드러나게 하는 사건이다.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Andrei Tarkovsky) — 『봉인된 시간』

"예술은 한 인간 영혼의 한 평생을 다음 영혼에게 — 단 한 번의 순간으로 전달하는 일이다."

"예술이 정신을 위해 존재하는 까닭은 — 인간이 결국 죽기 때문이다."

존 키츠 (John Keats, 1795–1821) — 「그리스 항아리에 부치는 송가」

"아름다움은 진리요, 진리는 아름다움 —
그것이 그대가 지상에서 아는 모든 것이며,
또한 그대가 알 필요가 있는 모든 것이다."

"Beauty is truth, truth beauty, — that is all / Ye know on earth, and all ye need to know."

윌리엄 블레이크 (William Blake) — 「순수의 전조」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야생화에서 천국을 보라.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한 시간 속에 영원을 담아라."

마야 안젤루

"너에게는 안에서 끓는 이야기가 있다 — 그것을 풀어 놓아라.
한 사람의 가슴 안에 끝까지 갇혀 있는 이야기보다 더 큰 고통은 없다."

조르주 브라크 (Georges Braque)

"예술은 우리를 흔든다. 그러나 과학은 안심시킨다."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매일 일정한 시간 동안 — 의자에 앉아 글을 쓰는 일.
영감이 오지 않더라도 앉는 일.
그 단순한 습관이, 결국 모든 작가가 의지하는 단 한 가지다."


💭 한 가지 통찰

예술과 창작에 관한 동서고금의 사유는 네 가지 발견으로 정리된다.

발견 1 — 예술은 일상 너머의 진실을 드러나게 한다

출처 한 줄
피카소 예술은 진리를 깨닫게 하는 거짓말이다
폴 클레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
하이데거 예술은 진리가 작품 속에 자기를 세우는 일
도스토옙스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키츠 아름다움은 진리요, 진리는 아름다움

발견 2 — 예술은 영감이 아니라 매일의 노동에서 태어난다

출처 한 줄
피카소 영감은 존재한다 — 그러나 그것은 일하고 있는 자를 찾아온다
반 고흐 '너는 그릴 수 없다'는 목소리가 들리면, 어떻게든 그려라
헤밍웨이 타자기 앞에 앉아 피를 흘려라
무라카미 하루키 영감이 오지 않더라도 매일 의자에 앉는 일
동기창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걸은 뒤에야

발견 3 — 예술의 가장 깊은 자리는 기예가 사라진 자리다

출처 한 줄
장자 포정해우 — 마음으로 소를 만나지, 눈으로 보지 않는다
노자 가장 큰 그림은 모양이 없다 (大象無形)
소동파 시 가운데 그림이 있고, 그림 가운데 시가 있다
미켈란젤로 대리석 속에 천사를 보고, 자유로워질 때까지 깎아 냈다

발견 4 — 예술은 사랑이 보이는 형태가 되는 일이다

출처 한 줄
지브란 일은 사랑이 보이는 형태가 된 것
이중섭 그림을 그리는 동안만은, 너희가 내 곁에 있는 것 같다
김환기 내가 그리는 점 하나는, 한국 하늘에서 내가 본 별
타르콥스키 한 영혼의 한 평생을 다음 영혼에게 단 한 순간으로 전달

한 가지 결론

네 가지 발견은 결국 한 점으로 모인다.

예술이란 — 매일 일하는 손에 의해, 일상 너머의 진실이 드러나는 일이며, 그 모든 노동의 뿌리는 결국 사랑이다.

그리고 동서양의 두 줄을 나란히 놓는다.

소동파 (11세기 중국): "그림 가운데 시가 있고, 시 가운데 그림이 있다."

폴 클레 (20세기 스위스): "예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한다."

900년의 시차를 두고, 한 사람은 시와 그림의 경계를, 다른 한 사람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두 사람 모두 같은 자리를 가리킨다 — 예술의 본질은 경계 너머에 있다.

마지막으로, 이중섭이 일본에 있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의 한 줄을 남기며 이 문서를 닫는다.

"아빠가 그림을 그치지 않는 것을 — 너희도 잊지 말아 다오."

이 한 줄에, 모든 예술가의 가장 정직한 동기가 담겨 있다. 그것은 인정도, 명예도, 돈도 아니다 —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닿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이다.


출처

第 17 장

🪶부모와 자녀

당신의 자녀는 — 당신의 것이 아니다. 그들은 생명 자체가 그리워한 생명의 아들과 딸이다. — 칼릴 지브란


🏹 자녀란 누구인가 — 칼릴 지브란의 한 단락

칼릴 지브란 (Kahlil Gibran) — 『예언자』 「자녀에 관하여」

모든 부모를 위한 가장 유명한 한 단락. 한 어머니의 질문 — "자녀에 관해 말씀해 주세요" — 에 알무스타파가 답한다.

**"그대의 자녀는 그대의 자녀가 아니다.
그들은 — 생명 자체가 그리워한, 생명의 아들과 딸이다.

그들은 그대를 통해서 왔지만, 그대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
그들이 그대와 함께 있다 해도 — 그대의 소유는 아니다.

그대는 그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어도, 그대의 생각을 줄 수는 없다.
그들에게는 그들 자신의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대는 그들의 몸을 거하게 할 수는 있어도, 영혼은 그러지 못한다.
그들의 영혼은 내일의 집에 거하고 있으며, 그대는 그곳을 — 꿈에서조차 방문할 수 없다.

그대는 그들처럼 되려고 노력해도 좋다. 그러나 그들을 그대처럼 만들려고 애쓰지는 말라.
삶은 뒤로 가지 않으며 — 어제에 머물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대는 활(弓)이며, 그대의 자녀들은 그 활에서 — 살아 있는 화살로 쏘아 보내진다.
사수(射手)는 영원의 길 위에 표적을 두고, 그분의 힘으로 그대를 굽힌다 — 그분의 화살이 빠르고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사수의 손 안에서 그대의 굽힘이 — 기쁨이 되게 하라.
그분은 날아가는 화살을 사랑하시는 만큼, 또한 — 그 활의 견고함도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 동서고금의 모든 자녀관(觀)이 이 한 단락 안에 다 들어 있다.


🍃 효(孝) — 동양의 부모자녀관

공자 — 『논어』 학이편(學而篇)

"제자가 집에 들어와서는 효도하고, 밖에 나가서는 공손하라."

弟子入則孝, 出則弟 (제자입즉효, 출즉제).

공자 — 『논어』 위정편

번지(樊遲)가 효를 묻자 공자가 답했다.

"부모가 살아 계실 때에는 예(禮)로 섬기고,
부모가 돌아가시면 예로 장사 지내며,
예로 제사 지내라."

자유(子游)가 다시 효를 묻자 공자가 답했다.

"오늘날의 효란 — 부모를 잘 봉양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러나 개와 말에게도 모두 먹을 것을 준다.
공경(敬)이 없다면, 무엇으로 그것을 구별하겠는가."

今之孝者, 是謂能養. 至於犬馬, 皆能有養. 不敬, 何以別乎.

→ 효의 본질은 봉양이 아니라 공경이다. 동양 효론의 가장 깊은 분별.

맹자 — 『맹자』 이루상편(離婁上篇)

"인(仁)의 진정한 알맹이는 — 부모를 섬기는 일이다.
의(義)의 진정한 알맹이는 — 형(兄)을 따르는 일이다."

仁之實, 事親是也.
義之實, 從兄是也.

시경 (詩經) — 「소아(小雅), 육아(蓼莪)」

부모를 잃은 자식의 가장 오래된 슬픔의 노래.

**"슬프고 슬프도다 — 부모님이여,
나를 낳아 기르시느라 애쓰셨네.

아버지가 없으면 누구를 의지할 것이며,
어머니가 없으면 누구를 믿을 것인가.

그 은혜를 갚으려 해도 — 하늘처럼 끝이 없도다."**

哀哀父母, 生我劬勞.
父兮生我, 母兮鞠我.
欲報之德, 昊天罔極.

→ 동아시아 효심의 가장 오래된 진술. 3000년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는 한 줄.

『명심보감』 효행편

"몸과 머리카락과 피부는 —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감히 훼손하지 않는 것이 — 효의 시작이다."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毀傷, 孝之始也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

→ 『효경(孝經)』 첫 장의 구절. 효는 자신을 함부로 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효경』

"효는 모든 덕(德)의 근본이며 — 모든 가르침이 시작되는 자리다."

夫孝, 德之本也, 教之所由生也.


🇰🇷 한국의 부모자녀 — 가장 비싼 편지들

조마리아 여사 (1862–1927) — 아들 안중근에게

1910년, 사형선고를 받은 아들 안중근에게 어머니가 보낸 편지.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刑)이니 —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떳떳하게 죽음을 맞이하여라.

너의 수의(壽衣)는 어미가 직접 지어서 보낸다.
거기에 한 줄 글을 새겼다 — '대장부의 마지막 옷이다.'"**

→ 한국 역사상 가장 의연한 어머니의 편지. 자식을 잃는 어머니가 — 자식에게 비겁하지 말라 청하는 한 단락.

다산 정약용 (1762–1836) — 강진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18년의 유배 한복판에서, 학연과 학유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폐족(廢族)이 되었다 해서 자포자기하지 말아라.
진정한 양반은 오직 책을 읽는 사람이다 — 그 외의 모든 것은 다 헛것이다.

가난과 어려움은 — 너를 단련시키는 숫돌이니, 그 위에서 너의 날을 갈아라."**

"내가 너희들을 보지 못하고 늙어 가는 것은 — 슬픈 일이다.
그러나 너희들이 헛되게 사는 것을 보는 것 — 그것보다 더 슬픈 일은 없다."

신사임당 (申師任堂, 1504–1551) — 강릉을 떠나며

친정 어머니를 강릉에 두고 한양으로 시집가는 신사임당이 대관령에서 친정 쪽을 돌아보며.

**"늙으신 어머님을 강릉에 두고
외로이 한양 길로 가는 이 마음.

돌아보니 북촌(北村)은 아득하기만 한데,
흰 구름만 저문 산을 넘어가는구나."**

慈親鶴髮在臨瀛, 身向長安獨去情.
回首北村時一望, 白雲飛下暮山靑.

→ 어머니를 두고 떠나는 딸의 마음. 부모자녀 시 가운데 한국적 정서의 한 정점.

박목월 — 「가정(家庭)」

가난한 시인 아버지의 한 장면.

**"지상(地上)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 가난한 시인이 자기 아이들을 — "강아지 같은 것들"이라 부른 한 줄. 한국 시가 도달한 가장 따뜻한 부성(父性)의 한 자리.

김춘수 — 「꽃」 (재인용)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부모가 자녀에게 이름을 지어 주는 일. 그 한 순간에 한 인간이 비로소 — 이 세상의 꽃이 된다.

윤동주 — 「별 헤는 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 어머니, 어머니."

→ 식민지 청년 시인의 가장 먼 별 끝에 — 어머니가 있다.

윤동주 — 「어머니」 (1938)

**"어머니!
젖을 빨려 이 마음을 달래여 주시오.
이 밤이 자꾸 설워지나이다.

이 아이는 턱에 수염자리 잡혀가도
어머니 무릎에 무릎을 댄 어린 시절이
그리워 — 동물 동물 따 위처럼 살아가나이다."**

박노해 — 「겨울에는 안녕」

"아이야, 잘 자라.
너는 우리의 별이고, 우리의 다음 세상이다.
우리는 너를 위해 무릎 꿇었으나 — 너만은, 너만은 무릎 꿇지 말아 다오."


🏛️ 서양의 부모자녀관

소크라테스

"네 자식들이 너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 네 부모에게 행하라."

"Do not do to your parents what you would not have your children do to you."

→ 황금률(Golden Rule)의 가장 오래된 가족 버전.

아리스토텔레스

"어머니는 우리의 마음 속에 — 얼(soul)을 주고,
아버지는 우리에게 — 빛을 준다."

헨리 워드 비처 (Henry Ward Beecher, 1813–1887)

"우리가 부모가 되었을 때 — 비로소 우리는 부모가 우리에게 베푼 사랑의 깊이를 깨닫게 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사랑만큼 — 다른 어떤 사랑도 깊지 않고, 다른 어떤 우정도 그만큼 따뜻하지 않다."

오스카 와일드 — 『거짓의 쇠퇴』

"자녀는 부모를 사랑하는 데서 시작한다.
얼마 지나서, 그들은 부모를 판단한다.
그리고 — 거의 결코, 부모를 용서하지 않는다."

→ 가장 정직한, 그래서 가장 아픈 한 줄.

에이브러햄 링컨 (Abraham Lincoln, 1809–1865)

"내가 지금의 나이든, 앞으로 되기를 바라는 그 모든 것 — 나는 그 모든 것을 천사 같은 내 어머니에게 빚지고 있다."

"All that I am, or hope to be, I owe to my angel mother."

마크 트웨인 (Mark Twain)

"내가 열네 살이었을 때, 우리 아버지는 너무나도 무지해서 그를 곁에 두기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내가 스물한 살이 되었을 때, 나는 — 단 7년 만에 그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에 깜짝 놀랐다."

마리아 몬테소리 (Maria Montessori)

"우리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 우리의 시간과 우리의 관심이다."

토니 모리슨 (Toni Morrison)

"당신의 자녀가 방으로 걸어 들어올 때, 당신의 얼굴이 빛나는가?
그것이 그들이 알고 싶어 하는 단 하나의 질문이다."

→ 자녀를 사랑하는 일의 가장 단순한 시험.


📖 잠언과 성경

출애굽기 20:12 — 십계명의 다섯 번째 계명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 네 생명이 길리라."

→ 모세의 십계명 중,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윤리를 다룬 첫 번째 계명이 — 부모 공경이다.

잠언 22:6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

잠언 13:24

"매를 아끼는 자는 그의 자식을 미워하는 것이라 — 자식을 사랑하는 자는 근실히 징계하느니라."

시편 127:3

"보라,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 태(胎)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

누가복음 15:11–32 — 탕자의 비유

한 아들이 아버지에게 자기 몫의 재산을 미리 달라 하여 떠나, 모든 것을 탕진하고 굶주려 돌아왔을 때.

**"아직도 거리가 먼데, 아버지가 그를 보고 측은히 여겨 —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추니라.

아들이 이르되 '아버지, 내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사오니, 지금부터는 아버지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아버지는 종들에게 이르되 — '제일 좋은 옷을 내어다가 입히고, 손에 가락지를 끼우고, 발에 신을 신기라.
그리고 살진 송아지를 끌어다가 잡으라. 우리가 먹고 즐기자.

이 내 아들은 —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며, 잃었다가 다시 얻었노라.'"**

→ 인류 문학에서 가장 깊은 부성(父性)의 비유.


🍂 좀 더 긴 호흡의 글

펄 벅 (Pearl S. Buck) — 『대지』의 작가가 자녀에게

"나는 내 아이들에게 두 가지 영원한 유산을 남기고 싶다 — 하나는 뿌리(roots)이고, 다른 하나는 날개(wings)다."

헬렌 켈러

"어머니라는 단어는 — 모든 인간의 입술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다."

마더 테레사

"평화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만약 우리가 우리 자녀들 사이에 사랑이 자라는 것을 본다면 — 우리는 이미 세상의 절반을 평화롭게 만든 것이다."

빅터 위고 — 『레 미제라블』

"가장 큰 행복은 — 우리가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다는 확신이다. 우리 자신에도 불구하고 사랑받는다는 확신.
어머니의 사랑이 — 우리에게 처음으로 그것을 가르쳐 준다."

도스토옙스키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조시마 장로의 가르침

"우리는 우리 모든 형제 앞에서 누구나 모두에게 죄가 있다.
그러나 우리 부모 앞에서 — 우리의 죄는 가장 크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처음으로 사랑을 가르쳐 주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알베르 카뮈 — 『최초의 인간』 (사후 출간된 자전적 소설)

글을 깨치지 못한 어머니에게, 노벨상을 받은 후 카뮈가 한 첫 마디.

"엄마, 우리가 해냈어요."

→ 평생 침묵 속에서 자식을 키운 가난한 어머니에게 — 가장 빛나는 자리에서 돌아간 한 마디.

김혜순 — 「엄마, 엄마」

**"엄마가 아흔이 넘자, 나는 보았다.
엄마가 — 작아지는 것을.

엄마가 사라지고 있었다.
천천히, 천천히 — 나의 시야에서.

엄마, 나는 너를 영영 잃어버리기 전에
한 번만 더 — 너의 손을 잡고 싶다."**


💭 한 가지 통찰

부모와 자녀에 관한 동서고금의 사유는 — 두 방향의 사랑이 만나는 한 자리로 모인다.

방향 1 —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것

출처 한 줄
칼릴 지브란 그대는 활이며, 자녀들은 살아 있는 화살이다
펄 벅 두 가지 유산 — 뿌리와 날개
시편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
누가복음 아직도 거리가 먼데, 아버지가 달려 가 목을 안고
박목월 강아지 같은 것들아
조마리아 여사 비겁하게 살지 말고 떳떳하게 죽음을 맞이하여라

방향 2 — 자녀가 부모를 공경하는 것 (효)

출처 한 줄
공자 공경이 없다면 무엇으로 구별하겠는가
맹자 인(仁)의 진정한 알맹이는 부모를 섬기는 일
시경 그 은혜를 갚으려 해도 하늘처럼 끝이 없도다
출애굽기 네 부모를 공경하라
링컨 내가 지금의 나이든, 모두 어머니에게 빚지고 있다
카뮈 엄마, 우리가 해냈어요

한 가지 결론 — 같은 사랑의 두 모양

부모자녀의 관계는 결국 — 같은 사랑의 두 모양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사랑은 앞을 향한 사랑(prospective love) —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향해 쏘아 보내는 화살이다.

자녀가 부모에게 드리는 사랑은 뒤를 향한 사랑(retrospective love) — 자기 존재의 뿌리를 향해 절하는 일이다.

두 방향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순간이 있다. 카뮈가 노벨상 시상식장에서 글을 깨치지 못한 어머니에게 전한 한 마디 — "엄마, 우리가 해냈어요."

이 한 마디 안에, 부모가 평생 쏘아 보낸 화살과 자녀가 평생 돌아본 뿌리가 — 정확히 한 점에서 만난다.


한 가지 마지막 줄

부모는 — 자녀가 자기를 떠나는 데에 보람을 두는, 세상에서 유일한 직업이다. 자녀가 멀리 갈수록 — 그 활은 더 깊이 휘었던 것이다.

칼릴 지브란이 한 단락에 담은 진실은, 결국 한 줄로 요약된다.

"활의 굽힘이 — 화살의 비행이다."


출처

第 18 장

💰돈과 욕망

가장 큰 부는 — 욕망의 가난이다. — 세네카


💰 부유함이란 무엇인가 — 가장 깊은 역설

세네카 (Seneca, BC 4–AD 65) — 『도덕 서한』

"가장 큰 부는 — 욕망의 가난이다."

"The greatest wealth is a poverty of desires."

"조금밖에 가지지 않은 사람이 가난한 것이 아니다 — 더 많이 갈망하는 사람이 가난한 것이다."

"It is not the man who has too little, but the man who craves more, that is poor."

→ 부와 가난의 정의를 한 번에 뒤집은 두 문장. 가난은 통장의 숫자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

노자 — 『도덕경』 33장

"만족할 줄 아는 자가 — 진정한 부자다."

知足者富 (지족자부).

부처 — 『법구경』

"건강이 가장 큰 이익이요,
만족이 가장 큰 재물이며,
신뢰가 가장 좋은 친척이요,
열반이 가장 큰 행복이다."

→ 동서양이 같은 진실을 말한다 — 세네카는 로마에서, 노자는 중국에서, 부처는 인도에서. 가장 큰 부는 '더 필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상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 『월든』

"한 사람의 부(富)는 — 그가 없어도 살 수 있는 것들의 숫자에 비례한다."

"A man is rich in proportion to the number of things which he can afford to let alone."


🏛️ 돈은 좋은 하인, 그러나 무서운 주인

프랜시스 베이컨 (Francis Bacon, 1561–1626)

"돈은 훌륭한 하인이지만 — 무서운 주인이다."

"Money is a good servant, but a bad master."

토머스 칼라일 (Thomas Carlyle, 1795–1881)

"재물은 불과 같다. 가장 유용한 하인 노릇을 하기도 하고 — 가장 무서운 주인 노릇을 하기도 한다."

아인 랜드 (Ayn Rand)

"돈은 단지 도구일 뿐이다.
그것은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줄 수 있지만, 당신을 대신해서 운전해 주지는 않는다.
그것은 욕망을 충족시키는 수단을 줄 뿐 — 욕망 자체를 주지는 않는다."

벤자민 프랭클린 (Benjamin Franklin)

"부(富)는 그것을 가진 자의 것이 아니다 — 그것을 즐길 줄 아는 자의 것이다."

세네카 — 『도덕 서한』

"더 많은 쾌락을 손에 넣는 자일수록 — 더 많은 주인을 섬겨야 한다."

"탐욕은 다른 모든 사람에게서 빼앗아 온 것을 — 결국 자기 자신에게도 허락하지 않는다."


🍃 동양 — 욕망의 뿌리와 그침

부처 — 사성제(四聖諦) 중 집성제(集聖諦)

"고통의 원인은 — 집착(渴愛, taṇhā)이다.
다시 태어남을 일으키고, 즐거움과 욕망에 얽매이며, 이곳저곳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 그 갈증이 곧 고(苦)의 뿌리다."

노자 — 『도덕경』 46장

"화(禍)에는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큰 것이 없고,
허물에는 얻고자 하는 것보다 큰 것이 없다.
그러므로 만족할 줄 알아 만족하는 자는 — 늘 만족한다."

禍莫大於不知足, 咎莫大於欲得.
故知足之足, 常足矣.

노자 — 『도덕경』 44장

**"명예와 몸 — 어느 것이 더 친한가.
몸과 재물 — 어느 것이 더 귀한가.
얻음과 잃음 — 어느 것이 더 병이 되는가.

그러므로 심하게 사랑하면 반드시 크게 소모하고,
많이 쌓아두면 반드시 크게 잃는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知足不辱, 知止不殆.

공자 — 『논어』 술이편

"의롭지 않은 부귀(富貴)는 — 나에게 뜬구름과 같을 뿐이다."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불의이부차귀, 어아여부운).

장자 — 「외편 거협(胠篋)」

**"성인(聖人)이 죽지 않으면, 큰 도둑이 그치지 않는다.
천하 사람들이 모두 '훌륭한 보석'에 마음을 두니, 큰 도둑이 그 보석을 훔쳐 가는 것이다.

만약 모든 사람이 그 보석에 욕심을 두지 않는다면 — 어찌 도둑이 있겠는가."**

→ 욕망의 사회적 차원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동양의 통찰. 욕망이 있는 곳에 — 도둑이 따라온다.


🇰🇷 한국의 무소유 — 법정과 그 동료들

법정 스님 (1932–2010) — 『무소유』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적게 가질수록 더 사랑할 수 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깊은 욕망론. 비움이 곧 채움이라는 동양적 직관의 끝자리.

김수환 추기경 (1922–2009)

**"비우면 — 채워진다.

가장 큰 사랑은 — 비워 두는 사랑이다.
가장 깊은 신앙은 — 자기를 비우는 신앙이다.
가장 너른 영혼은 — 가장 적게 가진 영혼이다."**

다산 정약용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재물은 — 베풀어야 비로소 자기 것이 된다.
쌓아두기만 하는 재물은 — 결국 도둑맞을 것이거나, 자식들이 다투어 흩어 버릴 것이다.

그러나 한 번 베푼 재물은 — 그것을 받은 사람의 가슴 안에 영원히 남아, 너의 이름이 되어 다음 세대에 전해진다."**

율곡 이이 — 『격몽요결』

**"옷은 — 몸을 가리기에 족하면 그만이요,
음식은 — 배를 채우기에 족하면 그만이다.

그 이상은 사치이며, 사치는 곧 — 마음의 가난이다."**

한산자 (이수광, 1563–1628) — 『지봉유설』

**"재물이 많으면 — 자손이 나약해지고,
재물이 적으면 — 자손이 굳세어진다.

그러므로 옛 어진 사람들은 — 자식에게 황금을 남기지 않고, 한 권의 경전을 남겼다."**

박노해 — 「가난한 사랑 노래」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다만, 가난하다고 해서 — 더 사랑할 줄 안다.
가난하다고 해서 — 더 베풀 줄 안다.

가난은 — 우리에게 한 가지 비밀을 가르쳤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할수록, 더 가난해진다'는 비밀."**


🪙 디오게네스와 알렉산더 — 가장 유명한 거절

디오게네스 (Diogenes, BC 412–323)

시노페의 디오게네스는 통(桶) 속에 사는 견유학파(犬儒學派) 철학자였다. 세계를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이 그의 명성을 듣고 찾아와 물었다.

알렉산더: "내가 그대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겠는가?"

디오게네스 (햇볕을 쬐고 누워 있다가): "햇빛을 가리지 말아 주시오.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소."

알렉산더는 신하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알렉산더가 아니었다면 — 나는 디오게네스가 되고 싶다."

→ 가장 많이 가진 자와 가장 적게 가진 자의 만남. 그 자리에서 누가 진정으로 부유했는가.


📖 잠언과 성경

마태복음 6:24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고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mammon)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

마태복음 6:19–21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 — 거기는 좀과 동록이 해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고 도둑질하느니라.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네 보물 있는 그 곳에는 — 네 마음도 있느니라."**

디모데전서 6:10

"돈을 사랑함이 —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 — 자기를 찔렀도다."

잠언 30:8–9 — 아굴의 기도

**"나로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 나를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두려우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하고 —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서이니이다."**

→ 성경에 나오는 가장 균형 잡힌 돈의 기도. "조금만 — 꼭 필요한 만큼만."

전도서 5:10

"은(銀)을 사랑하는 자는 은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풍부를 사랑하는 자는 소득으로 만족하지 아니하나니 — 이것도 헛되도다."


🍂 좀 더 긴 호흡의 글

톨스토이 — 「사람은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1886)

농부 파홈에게 어느 부족의 추장이 이상한 거래를 제안했다.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 자네가 발로 밟고 돌아온 만큼의 땅을 가져가도 좋네. 단, 해 질 무렵에는 반드시 출발점으로 돌아와야 하네."

파홈은 욕심을 부려 너무 멀리 갔다. 해가 지기 직전에야 죽을힘을 다해 출발점으로 달려 돌아왔지만 — 도착하자마자 피를 토하고 쓰러져 죽었다. 하인이 삽으로 그를 묻었다.

그가 차지한 땅은 — 자기가 누울 6피트(약 1.8미터)뿐이었다.

→ 톨스토이가 던진 한 가지 질문 —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그 답이 한 단편 소설 한 페이지에 적혀 있다.

디킨스 — 『크리스마스 캐럴』 — 스크루지의 변화

일생을 돈에만 매달려 살던 스크루지가, 세 유령의 방문을 받고 깨어난 크리스마스 아침.

**"나는 이제 — 과거를 살고, 현재를 살고, 미래를 살리라.
세 가지 정령이 모두 내 안에서 살아 움직이리라.

오, 야곱 말리. 하늘과 크리스마스 시즌에 — 감사하라!
나는 내 무릎으로 이 말씀을 외친다. 오 야곱, 무릎으로!"**

→ 한 인간이 돈으로부터 풀려나는 가장 유명한 순간. 그것이 — 죽음의 그림자를 보고 나서야 가능했다는 사실에, 디킨스의 모든 통찰이 담겨 있다.

도스토옙스키 — 『지하생활자의 수기』

**"인간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은 — 무엇이든 자기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이다.
그 선택이 그를 어디로 데려가든 간에.

그리고 — 사람들은 흔히 돈이 자유를 사 준다고 믿지만, 정작 돈이 사 주는 것은 자유의 반대다 —
그것은 더 많은 돈을 위해 자기 자신을 팔아야 하는 — 또 다른 형태의 노예다."**

에리히 프롬 — 『소유냐 존재냐』 (To Have or to Be)

**"현대인은 자기가 가진 것에 의해 자기 자신을 정의한다.
'나는 사장이다', '나는 부유한 사람이다', '나는 이러이러한 것을 소유한 사람이다'.

그러나 진정한 자기 자신은 — 그가 가진 것이 아니라, 그가 누구로서 존재하는가에 있다.

소유의 양식(Having Mode)에서 사람은 — 자기가 가진 것을 잃을까봐 끊임없이 두려워한다.
존재의 양식(Being Mode)에서 사람은 —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 『월든』

**"내가 자연 속으로 들어간 것은 — 의도적으로 살기 위해서였다.
삶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마주하고, 그것이 가르치려는 바를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죽을 때가 되어서, 내가 진정으로 살지 않았다는 것을 — 발견하지 않기 위해서.

단순하게 살라.
단순하게, 단순하게, 단순하게 살라.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여라 — 백 가지나 천 가지가 아니라."**

빅터 프랭클 — 『의미를 향한 인간의 탐구』

**"사람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은 — 긴장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가치 있는 목표를 향한 분투다.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은 —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긴장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의미 있는 사명을 부르는 것이다."**

→ 돈은 욕망을 채우지만, 의미는 욕망을 변화시킨다.

김수환 추기경 — 만년의 강론

**"내가 90을 살아 보고 알게 된 것이 있다.
통장의 숫자가 그 사람의 삶의 깊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적게 가지고도 모두에게 나누어 주며 살았고, 어떤 사람은 많이 가지고도 늘 부족하다 한탄하며 살았다.

잘 산 사람은 — 잘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잘 나누어 준 사람이었다."**


💭 한 가지 통찰

돈과 욕망에 관한 동서고금의 사유는 — 한 가지 발견으로 수렴한다.

부와 가난은 — 통장의 숫자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

같은 진실, 다섯 가지 언어

출처 한 줄
세네카 (로마) 가장 큰 부는 욕망의 가난이다
노자 (중국) 만족할 줄 아는 자가 진정한 부자다 (知足者富)
부처 (인도) 만족이 가장 큰 재물이다
소로 (미국) 한 사람의 부는 그가 없어도 살 수 있는 것의 숫자에 비례한다
법정 (한국) 우리는 적게 가질수록 더 사랑할 수 있다

다섯 시대, 다섯 문명, 다섯 언어. 그러나 한 문장.

그리고 그 반대편 — 욕망이 만드는 노예

출처 한 줄
베이컨 돈은 좋은 하인, 그러나 무서운 주인
세네카 더 많은 쾌락을 잡을수록, 더 많은 주인을 섬긴다
부처 집착이 모든 고통의 뿌리
장자 보석에 마음을 두지 않으면, 도둑이 어디 있겠는가
디모데전서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
프롬 소유의 양식 — 잃을까 봐 끊임없이 두려운 삶

한 가지 결론

이 모든 사유는 결국, 톨스토이가 묻고 답한 한 줄로 압축된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답: 누울 6피트.

그리고 디오게네스가 알렉산더에게 한 말 — 세상에서 가장 적게 가진 자가, 세상에서 가장 많이 가진 자에게 던진 한 줄.

"햇빛을 가리지 말아 주시오.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소."

이 두 장면이 같은 진실을 가리킨다 — 진정한 부자는 통장에 무엇이 있느냐가 아니라, 통장을 보지 않고도 살 수 있느냐로 결정된다.

마지막으로, 법정 스님의 한 줄을 남기며 이 문서를 닫는다.

"무소유란 —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다."

부디 우리 모두, 무엇이 정말 필요한지를 — 자주 묻기를.


출처